폭스바겐 '보라'(Bora)는 '골프'의 세단 버전. 골프의 탄탄한 드라이빙 성능과 파사트의 유려한 디자인이 멋지게 어우러진 차다. 수입차로는 저렴한 편(가격 3천2백80만원)이지만 놀라운 수준의 안락성과 다양한 편의장치를 갖추고 있다. 보라는 '비틀' '골프' 등으로 이어지는 폭스바겐의 합리적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앞모습은 윗급 모델인 파사트를 닮아 '베이비 파사트'란 애칭이 잘 어울린다. 사각형 헤드램프와 4개의 가로줄이 들어간 라이에이터 그릴도 파사트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보라에서는 그러나 파사트와는 또 다른 개성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우아하다. 깔끔한 보디 라인과 스포티한 외관은 파사트보다 더욱 단단하면서도 짜임새 있어 보인다. 프런트 엠블럼부터 리어 스포일러에 이르기까지 균형미도 뛰어나다. 독특한 모습의 휠과 직사각형 모양의 투명 유리 헤드라이트는 강력하면서도 역동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독일차 특유의 깔끔하고 빈틈없는 인테리어도 돋보인다. 우드그레인으로 멋을 내는 대신 부드러운 느낌의 크러시 패드 소재와 검정색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파란색과 빨간색이 적절히 배치된 계기판 라이트 색상도 눈에 띈다. 수입차로는 대중적인 모델이지만 편의장비는 고급이다. 열선이 들어간 가죽시트와 전자동 에어컨, 전동식 선루프, CD체인저 등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고 앞좌석 전면과 사이드 등 모두 4곳에 에어백이 있다. ABS와 EBD 등 도난 방지시스템도 추가했다. 보라의 앞좌석 공간은 비교적 넉넉하다. 6 대 4 접이식으로 된 뒷좌석도 세 사람이 타기에 부족하지 않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이 넓은 실내공간에 익숙해 있어 약간 좁다는 첫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주행성능은 만족할 만하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으니 중저음 엔진소리와 함께 앞으로 확 뻗는 힘이 느껴졌다. 직렬 4기통 SOHC 엔진을 탑재, 최고출력은 1백15마력에 불과하지만 최대토크는 2천4백rpm에서 17.3kg/m에 달해 국내 중형차(평균 4천rpm에서 18.1kg/m)를 능가한다. 시속 1백50km를 넘는 주행속도에서도 '착착' 감기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제동성능 역시 뛰어나다. 보라는 지중해 북쪽 아드리아해 연안의 상쾌한 바람에서 따온 명칭이다. 미국에서는 '제타'란 이름으로 팔리며 3년 연속 소비자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보라가 대형차 위주의 국내 수입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