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내놓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업계의 경쟁촉진과 경영투명성 강화, 그리고 보험계약자 보호강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지난 77년 이후 보험업법을 전면개정한지 25년이나 경과돼 금융기관 겸업화 등 그동안의 경영환경 변화를 감안하면 때늦은 감조차 없지 않다. 그러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부작용이 우려되는 일부 대목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몇몇 보험상품에 특화한 보험사의 최소자본금을 현행 1백억원에서 50억원으로 낮추면 자칫 부실보험사를 양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리고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자의 손해를 전액 보상하기 위해 손보사들이 공동으로 자금을 출연하는 방안도 부실보험사가 우량보험사에 부담을 떠넘기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 보험사 신규진입을 쉽게 하고 계약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보험사 부실로 인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같은 이유에서 유사보험인 각종 공제조합에 대한 감독권을 금융감독원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공제조합을 한꺼번에 감독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우체국보험이나 농협공제 등을 먼저 금감원 감독대상에 편입시킨 뒤 단계적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또한 주식소유한도와 비보험계약자에 대한 대출한도를 폐지하고 부동산소유한도와 해외투자한도를 확대하는 등 자산운용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먼저 자산건전성에 관한 감독 강화를 전제로 추진돼야 마땅하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보험모집인의 교차모집 허용은 기존 보험영업질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다 보험계약자에게 반드시 이로울지도 확실치 않기 때문에 당분간 유보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보험상품 개발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상품의 경우는 지금처럼 금감위에 사전 신고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후보고를 금감위 대신 보험개발원에 하게 한 것은 공연히 감독기관만 하나 더 늘리는데다 자칫 관할부처간에 영역다툼을 유발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대주주 규제도 여타 법규와 중복되지 않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이 환경변화에 맞춰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을 감안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노력을 좀더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