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ident@kup.co.kr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1849)이란 책에서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병에 걸린 중환자도,돈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잊혀진 사람과 희망이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얼마전 두 자매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언니가 신장병에 걸렸다. 혈액투석을 하다 결국 신장을 이식받았다. 그러나 부작용이 생겨 재수술을 받았는데 다시 거부 반응이 나와 병원에서는 살 가망이 없다고 최종 진단했다. 남편도 포기하고 자식도 이제는 안되겠다고 포기했다. 그래서 그 언니는 퇴원을 했고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언니는 살고 싶은 데도 아무도 자기를 살리려고 하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그 자체가 괴롭고 슬펐다고 한다. 매일 해가 뜨면 죽음의 날을 기다리고 자기를 포기한 남편과 자식들을 바라보는 눈망울은 언제나 슬픔과 애절함 그 자체였으며 버림받은 사람,잊혀진 사람의 마음을 누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언니는 말했다. 죽음 그 자체보다 자기가 버림받았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니 매일 절망이 엄습했던 것이다. 그때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은 칠순이 넘은 어머니 한 분이었다. 그 어머니가 온 식구들을 모아놓고 세번째 이식수술을 요청하기로 했다. 어머니는 자기 신장을 내놓고 싶어했으나 너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자매들에게 부탁했는데 모두 난색을 표했다. 그래도 우선 병원에서 적합 여부만 테스트하자고 했다. 그 결과 동생의 신장이 꼭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동생은 언니가 죽는 것은 못 참겠지만 수술로 인해 자신의 두 아들과 남편이 걱정돼 도저히 응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측은한 언니 때문에 결국 자기 신장을 내놓기로 했다. 그러나 남편과 시어머니를 비롯 온 시댁 식구들이 결사 반대를 해 포기하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눈물어린 부탁으로 결국 수술을 허락했다. 결국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언니는 회복됐다. 얼마전 신장이식을 받은 언니의 큰딸이 의사가 됐고 의사 사위를 보았다. 그리고 아들도 몇 달 후 장가보낸다고 한다. 그 무서운 절망과 고독에서 건져낸 건 사랑이었다. 사랑은 죽음에 이르는 절망이라는 병을 치유하는 최고의 치료제이자 보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