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일련의 경제개혁 조치들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는 모양이다.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가 없기 때문에 아직 자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이미 이달초부터 가격현실화 등 중요한 개혁조치들이 시행중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여행자들의 증언이나 러시아 및 중국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북한의 이번 개혁조치에는 임금과 주요 생필품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등 가격구조를 개편하고 환율을 암시세에 근접할 정도로 현실화하며 식량배급제를 일부 포기하는 등 획기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또 빠르면 당장 이번 8월부터 주요 사업장별로 실적에 따른 보상제도가 적용될 것이라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항목들은 사회주의 통제경제가 시장경제로 이행하는데 결코 빠질 수 없는 기본 조건들이란 점에서 우리는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최근의 변화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북한의 이같은 제도 변화들이 시장경제로 가는 전면적이고도 구조적인 개혁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빠른 감이 없지않다. 가격 현실화 문제만 하더라도 소위 '장 마당'의 암시세와 공정가격의 격차를 줄여주는 일회적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식량배급제를 포기하는 문제 역시 제한된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는 것일 뿐 국가배급제의 기본 골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많다. 그러나 최근의 변화들은 그 자체 만으로도 북한식 주체경제의 내부모순이 더이상 지속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동유럽이나 러시아, 그리고 중국 또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예외없이 가격 현실화와 공정환율 인상,배급제 포기라는 공식화된 과정들을 거쳐왔던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그런 면에서 북한 역시 미상불 부분적으로나마 시장경제로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봄직하다고 하겠다. 달러당 2.15원이던 환율이 1백배나 높은 달러당 1백90원으로 인상조정돼 이미 여행객을 상대로 적용되고 있고 일부에서나마 '장 마당'의 상품 공급기능이 국가의 배급시스템을 대체하고 있다는 최근의 목격담들 역시 북한 경제의 변화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주체사상과 자력갱생식 경제체제가 워낙 완고했던 만큼 체제 이행과정에서의 마찰과 혼란 또한 다른 어느나라보다 더욱 극심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리로서도 북한의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강구해두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