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3@arirangtv.com '열심히 일한 당신,떠나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이 말을 따르듯 휴가철이 되자 직장 동료들끼리의 화제는 "휴가를 어디로 가느냐" "좋은 피서지가 없느냐"가 압도적이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그런데 이런 화제는 결국 '휴가란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라는 우리의 보편적인 사고방식을 말해준다. 한국인의 해외여행 통계를 보면 출국자가 가장 많은 시기가 바로 피서철인 7,8월이다. 그런데 '피서'를 위해 떠나는 곳이 한국보다 무더운 동남아 국가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이름난 휴양지를 가지고 있는 이들 나라는 여름철이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광객들로 인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리의 휴가는 이처럼 분주하다. 이에 비해 유럽인들은 TV나 신문도 볼 수 없는 원시적 자연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거나 일광욕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또 가족들이 모두 장애인 거주시설에 가 장애인과 함께 먹고 자고 어울려 노는 것으로 휴가를 보내기도 한다. 뭔가 베푼다는 의식 없이 다만 외로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린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돈을 모으면 우선 집을 늘리려 하고,유럽인은 여행을 한다. '주5일 근무'가 도입되기 시작한 우리의 현실에 비해 이미 '주4일 근무'를 생각하는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 숨가쁘다. 필자는 휴가를 마치고 출근한 사원들이 몸살을 앓는 경우를 종종 봤다. 이른바 '휴가 몸살'인데,과연 그토록 동분서주하는 게 휴가일까. 우리에겐 '과시용 휴가'가 적지 않다. 실속 있는 휴식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바캉스나 관광을 택한다. '휴(休)'는 사람이 나무 밑에 편안히 앉아 있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인공의 시스템을 떠나 자연에 깃들여 몸을 재충전하는 게 휴가가 아닐까. 휴가는 하품을 하면서 좀 심심하게 보내야 한다. 폭염의 백사장이 아닌,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낮잠을 한숨 주무시는 건 어떨까. '열심히 일한 당신,무작정 떠나라'는 카피 대신 '열심히 일한 당신,무작정 쉬어보라'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