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사실을 떠올릴 때 작동하는 남녀의 뇌 부위가 다르며, 감정변화를 일으키는 일은 여성이 더 잘 기억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뉴욕주립대 팀의 실험에서 자극적 장면은 여성이 남성보다 정확하게 기억했다는 것이다. 남편은 잊은 지 오래 된 부부싸움을 부인이 생생하게 되살리는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는 얘기다. 여성이 직관력 기억력 언어표현 등에선 남성보다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는 그동안에도 수없이 제시됐다. 한정된 공간에서 물체를 잠깐 동안 보여준 뒤 형태와 위치를 재생시키게 했더니 여자는 1백5점, 남자는 1백점이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차이가 뇌의 구조 및 움직임이 다른 데 따른 현상이라는 것 또한 정설에 가깝다. 남자는 죄우 뇌가 분리된 반면 여자는 이어져 있는데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신경세포를 자극, 연결을 촉진시킨다는 주장이다. 실제 남자는 남의 말을 들을 때 뇌의 왼쪽 측두엽만 쓰지만 여성은 좌우 측두엽을 다 쓰고,독서할 때도 좌우 신경 영역을 모두 움직인다고 한다. 이처럼 정서적 직관적인 우뇌와 이성적 사실적인 좌뇌가 상호작용함으로써 감정표현이나 언어구사처럼 양쪽 뇌를 함께 사용하는 일에 뛰어나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TV를 보면서 전화를 받거나 요리하면서 TV를 보는 등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도 뇌의 연결구조 덕이라는 게 통설이다.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신작소설 '뇌'에서 "뇌는 생각을 만들고,생각은 세계를 만드는 만큼 뇌는 인간을 신으로 만드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뇌의 비밀은 무한대에 가깝고 인간의 행동은 물리적인 현상만으로 풀이될 수 없다. 흔히 여자는 공간 인지 능력이 떨어져 운전을 잘 못한다고 하지만 실은 시야가 남자보다 넓어 더 안전하게 운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부부싸움을 여자가 오래 기억하는 것 또한 싸운 사실을 남자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팀의 부언 역시 뇌 구조만으로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긴 어려움을 전하는 대목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