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중국의 해변 휴양지인 베이다이허(北戴河)가 전세계 매스컴의 집중조명을 받는다. 중국 지도자들이 이곳으로 집결해 국사를 논의하기 때문이다. 피서를 겸해 3주 가량 열리는 베이다이허 회의는 격식없이 자유롭게 진행되면서 중요한 정책골격은 대부분 여기에서 정해져 가을에 열리는 당회의에서 공식 발표되곤 한다. 발해만에 위치한 베이다이허는 병풍처럼 들어선 송림을 배경으로 긴 해안과 부드러운 모래톱,잔잔한 물결이 어우러진 천혜의 해수욕장이어서 이제는 외국관광객들도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이곳은 1958년 중국지도자들이 정치국확대회의를 열어 인민공사 설립을 결정하고 아울러 대약진운동을 펼치기로 결의함으로써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올해의 경우는 당서기 겸 국가주석이면서 중앙군사위 주석인 장쩌민(江澤民)의 권력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 더욱 언론의 시선을 끄는 것 같다. 지난해는 사유재산보호를 헌법에 명기하기로 의견을 모았고,재작년에는 WTO가입을 앞두고 금융개혁방향의 윤곽을 정했었다. 베이다이허는 청나라 때 정부고관이나 외국공사 그리고 부자들을 위한 휴양지로 대규모 별장을 세우면서 개발됐던 곳이다. 또 중국의 최고지도자였던 마오쩌뚱(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小平)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수영을 즐긴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금은 신혼부부들이 즐겨 찾고 신세대 여성들이 누드사진을 찍을 정도로 개방돼 있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베이다이허에서는 외국 수반들과의 회담도 자주 열린다. 러시아가 흑해연안의 휴양지를 애용하듯 중국에서는 풍광이 수려한 베이다이허를 이용하는데 그래서 이곳을 '샤궁(夏宮)'이란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올해도 각 국가의 지도자들은 해변으로,산중으로 여름휴가를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모두들 절약형 휴가일정을 짜고 있다고 하는데 자국의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고 여론의 눈치가 부담스러워서라고 한다. 이에 비하면 베이다이허에 모인 중국지도자들은 한층 여유로워 보인다. 휴가를 즐기면서 국사를 논의하는 모습이 우선 보기에 좋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