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협상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성난 농민들이 서울 도심에서까지 시위를 벌였고 국회에서는 마늘 협상의 전말과 발표 과정의 은폐 여부를 둘러싸고 책임규명을 요구하는 의원들이 질타가 이어졌다. 정부조차 외교부와 농림부가 "알았다" "몰랐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늘 협상에 관한 의혹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세이프가드를 포기한 문제의 의사결정이 어떤 경로를 거쳐 이루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농림부는 합의해준 적이 없고 통상교섭본부는 사전합의된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둘중 하나만이 진실일 것이다. 세이프가드 포기에 관한 합의사항이 어떤 연유로 본문이 아닌 부속서에 기재되었는지,또 발표 과정에서 어떻게 제외되었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세이프가드는 원래 시한부 조치이기 때문에 굳이 이를 드러내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궁색한 설명이지만 합의내용이 공개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당장의 파장을 회피하기 위한 고의성도 없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세간의 의문이다. 정부 내에서는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려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처음부터 은폐 의도가 있었는지도 여간 궁금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마늘 협상 파문과 관련하여 더욱 걱정되는 것은 마늘 협상을 둘러싼 의혹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농산물 시장개방 등에 대한 '무조건 반대' 목소리 만이 강화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벌써부터 일부 정치인들이 소리높여 마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만 해도 그렇다. 이번 파문을 빌미로 농산물 시장개방과 관련한 모든 정부 조치와 대외 협상을 의도적으로 백안시하는 기류가 형성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우려된다. 중국산 마늘 파문은 지난 99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이 표를 의식해 무리하게 세이프가드를 요구하면서 발생했던 것이다. 급작스런 세이프가드가 중국의 보복을 불렀고 결국 다급한 분위기 속에서 협상이 열렸었다. 사정이 그런터에 발표 과정 등에 문제가 있음을 이유로 다시 추가적인 수입제한 등 일방적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다면 이는 오히려 사안의 본말을 거꾸로 돌려놓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협상의 경과와 책임을 따지는 것과 이를 빌미로 농업과 관련된 대내외 정책을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분명 별개의 문제다. 더구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등 농업과 관련된 대외협상도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는 일의 가닥을 정확하게 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