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마음으로 국회에 왔는데….실망스럽네요."


경북 경산의 무학고등학교 2학년 안현영군이 22일 시작된 국회 대정부 질문 광경을 본 소감이다.


안군은 이날 방학을 맞아 같은 학교 1,2학년생 82명과 국회본회의장 3층 방청석에서 난생 처음으로 '존경하는 국회의원들'의 활동모습을 지켜 봤다.


"다른 의원이 질문하는데 들어주지도 않고,소리 지르고,욕하고…." 안군은 의원들의 '막말'을 모두 나열하기에 민망했던지 말끝을 흐렸다.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국회.이런 국회가 안군에게는 실망 그 자체였던 것이다.


안군의 눈에는 TV에서 근엄하게 보이던 선량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렇다고 이날 국회광경이 평소와 다른 것도 아니었다.


대정부 질문을 벌인 국회의원들은 평소처럼 '행정부 견제'와는 동떨어진 '정치공세'에 치중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여야간에 수없이 주고받던 확인되지 않은 '설'과 '의혹'의 재탕 삼탕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원고의 상당부분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의혹부각에 할애했다.


8·8 재·보궐 선거와 연말 대통령선거를 '노무현 대 이회창'구도로 몰아가기 위해서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천 의원이 의혹을 하나하나 건드릴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날치기주범 아냐."(임인배 의원),"시정잡배보다 못하다."(백승홍 의원)등 야유와 고성이 질의시간 내내 한나라당쪽 의석에서 터져나왔다.


민주당 천용택 의원은 발언제한 시간인 15분을 초과해 마이크가 꺼졌는데도 10여분 이상 단상에서 의원들과 입씨름을 벌였다.


의원들의 국정참여 의욕도 저조했다.


마지못해 국회에 나온 듯 상당수 의원들은 동료 의원들과 눈도장만 찍은 후 황급히 회의장을 떴다.


앞으로 한나라당은 현정권의 '10대 비리'를,민주당은 이회창 후보의 '5대 의혹'을 집중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양당은 23일 8·8 재·보선 후보등록과 동시에 전국을 정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심사다.


안군이 떠나면서 던진 "우리나라 정치가 어디로 갈까요"라는 질문에 국회의원들이 답할 차례다.


김병일 정치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