邊禎周 < KAIST 경영대학원 교수 >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 효과를 국가 경제붐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 재계에는 '히딩크 리더십'을 배우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고,'히딩크론'을 다루는 서적이 불티나게 팔린다. CEO란 기업경영의 총책임자로서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그에 못지 않게 막중한 책무도 부여받고 있다. 그가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가에 따라 그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은 고객을 대상으로 경쟁사보다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목표가 있고,이를 위해 자본과 사람이 동원된다. 이 자본과 사람이라는 자원을 시장에 맞게 효과적으로 구사할 때 그 기업은 성공할 수 있으며,기업경영의 여러 대안 중 경쟁회사에 이기는 전략의 최종 결정은 CEO가 한다. 물론 대안 가운데 경쟁회사에 뒤지는 전략을 선택했다면 그 기업은 살아 남지 못하게 되고 그는 '실패한 CEO'가 될 것이다. 그래서 'CEO는 전략가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뜻에서 한국축구팀을 아시아국가 중 사상 처음으로 세계 4강에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을 'CEO'라고 칭찬하는 것일 게다. 히딩크 감독은 지금까지 한국축구의 성공한 사령탑으로서 여러 가지 전략을 구사했지만 그중에서도 그의 선수관리,소위 인사전략은 가히 '세계적인 CEO' 소리를 들을 만하다. 그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의 손자병법에 따라 프랑스 등 유럽 강팀들과의 월드컵 평가전을 통해 상대팀 전술과 전략 파악은 물론 우리 선수들의 약점 파악에 비중을 두었다. 그리고 그는 '16강의 키워드는 체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목표와 비전을 제시한 후 체력단련을 요구하고 결국은 강한 선수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히딩크 감독의 한국 축구팀에 대한 정확한 약점 파악,그리고 그 약점을 철저히 보강하는 전략을 구사해 문제를 해결하는 CEO의 모습을 보았다. 기업경영의 요체는 '사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과 '사람 관리'의 양 축에 있다. 그러나 좋은 시스템도 잘 훈련된 인재가 없을 때 어찌하겠는가? 잘 훈련된 인재가 '해내겠다'는 정신으로 무장할 때,잘못된 시스템이 과연 문제가 되겠는가? 이제 우리 기업도 인재를 육성하고 훈련시켜야 할 때다. 몇몇 그룹에서는 벌써 이 점에 착안해 CEO 훈련은 물론 1백년 앞을 내다보는 중간관리자 양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아직 우리 기업의 인재 육성에 대한 투자는 미흡하다. 기업의 중간관리자는 축구에서 미드필더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수비수나 공격수가 잘 한다고 해도 허리가 변변치 못하면 공격과 수비의 조율에 실패,패배로 이어지는 것을 이번 월드컵에서도 보지 않았는가?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의 예를 보면,소위 '예비 경영자(Pre-CEO)'와 CEO 선발을 위해 10개년 계획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GE의 잭 웰치 전 회장 등은 그렇게 해서 선발된 CEO 가운데 한 사람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웰치 전 회장은 퇴임 7년전부터 후계자 후보군을 선발,이들에 대해 엄격한 경영실습을 시켜왔으며,결국 그들 가운데서 현재의 제프리 이멜트를 후계자로 삼았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처럼 CEO 후계자 양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기업의 'CEO'가 활짝 핀 꽃이라면 '중간관리자'는 잎이며,줄기요,뿌리임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주먹구구식 CEO 발탁방식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CEO 육성-선발-평가-보상-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이를 통해 CEO 후보들을 조기에 발탁해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도록 조치하고,현직 CEO가 참여한 경영자 육성팀을 구성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훈련된 인재 중에 틀림없이 웰치 같은 세계적 CEO가 나오게 될 것이며,바로 이들이 국민의 소득을 1만달러에 이어 2만달러가 넘는 경제 선진국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중간관리자,그들이 한국기업의 미래요 체력이다. cjbyun@kgsm.kaist.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