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복 전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신의 경질배경은 다국적 제약사의 압력 때문이라고 밝힌데 이어,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이 미국측의 구체적인 로비사례를 폭로하고 나서 장관교체와 약값정책을 둘러싼 다국적 제약사의 로비의혹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급기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6일부터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진상조사에 나선다고 하니 압력의 실상과 의혹을 소상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우선 짚어야 할 것은 미국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의 여부다.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다국적 제약사는 물론 무역대표부와 상무부 주한대사관까지 동원해 한·미무역분쟁을 경고하는 일이 적지않았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약값 결정에 무역분쟁 등 다른 조건을 단다는 자체가 부당한 일이자 명백한 압력으로 덮어둘 일이 아니다. 조사결과 부당한 대목이 밝혀지면 미국에 당당히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압력과 로비가 인사나 약값 정책에 얼마나 작용했는지도 따져야 할 대목이다. 고가약 처방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참조가격제는 지난해 시행이 좌절된 적이 있고 올들어서도 8월로 예정된 시행일정이 9월로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거론된 배경 역시 통상마찰 등 약값 이외의 요소이고 보면 석연찮은 대목이 있다. 의사들에 대한 다국적 제약사의 로비의혹도 철저히 파헤쳐야 할 문제다. 일부 의사들이 다국적 제약사가 생산하는 이른바 오리지널 약품 사용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로비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결코 방치해둘 문제가 아니다. 이번의 국회 진상조사는 고질적인 병폐가 돼 온 제약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압력과 회유를 차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국회는 드러난 의혹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관련자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 보건복지정책이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