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검사권을 둘러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의 효율성을 위해 검사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통합 금융감독기구의 설립취지를 살리고 은행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려면 중복.공동검사를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동안 잠잠했던 두 기관간의 이같은 갈등은 이번 하나은행 공동검사 문제를 계기로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특히 이번에는 정권말기를 맞아 두 기관의 '힘 겨루기'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 사태 경위 =이번 사태는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를 준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소식을 들은 한은이 지난달 21일부터 수차례 공동검사를 공식 요구했으나 금감원은 이를 무시하고 지난 2일부터 단독검사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검회사(검사받는 회사)의 업무부담 등을 고려해 단독검사를 벌인 뒤 한은측에 필요한 내용을 통보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검사를 벌이는 목적이 금감원은 은행의 건전성 감독에 있는데 비해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수립에 있으므로 금감원 검사내용을 통보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두 기관은 이같은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말 박철 한은 부총재와 유지창 금감위 부위원장이 만나 담판을 벌이기도 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 검사권을 둘러싼 불씨 =한은의 공동검사 요구권은 지난 97년 금융개혁법안 입법 과정에서 타협의 산물로 탄생했다.

당시 은행 검사권을 두고 재경원과 한은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자 일상적인 검사는 금감원으로 일원화하되 한은이 필요할 경우 공동검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타협이 이루어졌던 것.

한은은 2000년 4월부터 공동검사권을 발동, 금융회사 검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자산건전성 검사에 초점을 맞추고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이행 상황을 검사하는 등 나름대로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불안한 동거'는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를 계기로 파경을 맞았다.

애당초 한은이 금통위 의결을 거쳐 마련한 '공동검사 요구등에 대한 규정'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불씨'를 잉태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학계 관계자는 "재경부, 금감위 및 금감원, 한국은행 등 관련기관들의 이해상충이 심각하다"며 "이번 기회에 한은과 금감원은 공동검사에 관한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전반적인 금융감독체계도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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