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매립지가 국제금융센터, 골프장, 테마파크, 대규모 외국인주거단지로 개발된다고 한다. 종전의 정부 주도 개발 계획은 주로 전자공단 기계공업공단 석유화학공단 등으로 대표되는 제조업단지였는데,이번엔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단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김포국제금융도시 마스터플랜은 한국경제가 공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정부가 김포국제금융도시 마스터 플랜을 만들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현실화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성패의 관건은 '다국적기업의 아시아본부 유치'다. 이에 실패한다면 이 계획은 우리들만의 실속 없는 잔치로 끝날 것이다. 일부 금융인들이 회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조업이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이번 김포국제금융도시 조성계획을 성공시키는 것이 경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관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국제금융도시 계획을 비판하기보다 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장애물 제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첫째,조세정책에서 외국기업에 법인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3년간 면제해주고,외국인 임직원들의 소득세를 싱가포르 수준으로 인하한다는 정부 방침은 대체로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좀더 과감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내국인 '역차별'이라는 논란도 있다. 하지만 경쟁도시들로부터 더 많은 다국적기업의 아시아본부를 빼앗아오기 위해서는 오히려 부족한 감이 있다. 다국적기업 본부가 홍콩에 9백44개, 싱가포르에 2백여개 있는데 반해 한국에는 단 1개 밖에 없다. 우리가 후발 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쟁도시들을 능가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하지 않으면 안된다. 둘째,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영어 사용이 가능한 인력의 부족'을 들 수 있다. 한 외국인 CEO는 "경제특구에서는 햄버거집에서 일하는 종업원도 영어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매우 높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외국인고등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까지 원어민 교사를 5천명까지 늘리고,국공립 대학에 외국인교수 1백3명을 채용케 할 계획이다. 물론 이러한 계획이 실행된다고 해도 단시일 내 외국어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0년 정도의 장기계획을 갖고 영어 회화교육에 투자하면 지금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영어 잘하는 외국인근로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셋째,영어실력 뿐만 아니라 경영능력을 갖춘 인력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인재를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가 경영학 석사과정(MBA)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이번 계획에 MBA과정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 경쟁 도시인 상하이 싱가포르 홍콩은 정부에서 막대한 자원을 투자해 외국MBA과정을 유치하거나,독자 MBA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MBA과정을 졸업한 한국인 경영자들이 외국기업에서 맹활약하고 있지만,앞으로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넷째,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안보문제다. 아무리 좋은 여건을 갖춰도 전쟁 위협이 남아 있는 한 한국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이 될 수 없다. 특히 김포 및 영종도는 북한과 근접해 있으므로 지난번의 서해교전 같은 사태가 투자유치협상 중에 발생한다면 투자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될 것이다. 남북간의 지속적인 대화 노력으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한편 북한을 세계 무대로 유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년 전 인천공항 건설계획이 발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했다. 하지만 그 당시 한국의 물류 및 여객수송 증가추세를 감안할 때 인천공항의 건설은 불가피했다. 그리고 그 계획이 이제는 현실화되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김포국제금융도시 계획도 한국경제의 장래를 생각할 때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정부를 중심으로 국민 모두가 뭉쳐야 할 때다. wchu@car123.co.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