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폭탄발언으로 다국적 제약사들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의사 병원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로비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학회지원 세미나 발표회 등 다국적 제약사들의 마케팅 기법에도 눈총이 쏠리고 있다. 의약분업후 나타난 고가전문약 시장이 급팽창에 다국적 제약사가 과연 어떤 역할을 했을까. 다국적 제약사를 둘러싼 파문을 짚어본다. 한국로슈는 지난 5월 말 스페인의 휴양도시에서 비만 세미나를 열었다. 비만치료제 '제니칼'을 홍보하기 위한 이 행사에는 미국의 유명 의사가 연사로 초청됐다. 한국에서는 의사 등 관련 인사가 참석했다. 이에 앞서 한국로슈는 지난 4월 대한의사협회가 실시한 비만캠페인때 4억여원을 후원했다. 이 행사는 전문약의 대중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약사법 규정을 위반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건강 관련 학회나 병원의 행사 후원,신약발표 세미나 개최 등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단골로 활용해온 메뉴다. 다국적 제약사는 의사들을 초청,제주 동남아 미국 유럽 등지를 돌며 심포지엄을 연다. 흔히 '학술마케팅'으로 통한다. P사는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열리는 고혈압 관련 학회에 참석하는 의사들에게 비행기 티켓과 호텔비 등을 제공하고 있다. 유럽의 10박11일 일정에 1인당 6백만∼7백만원을 지원한다. 1회 초청하는 의사는 20∼50명 수준이다. 대상은 주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다. 과장급 이상인 키오피니언 리더들을 VIP로 초청한다. 학회지원비는 연 50억원선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사들이 참석하는 해외학회는 연 2백회 이상에 이른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제주도에서 열린다. 술과 골프 접대는 필수적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신약재심사제(Post Marketing Surveillance)도 다국적 제약사들이 즐겨쓰는 수법이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규정한 제도로 국내시판 신약의 부작용 여부를 사후에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외자사는 조사비 명목으로 환자 1인당 10만원 가량을 의사에게 준다. 대체로 2∼3개월간 진행되며 1백만∼2백만원이 제공된다. 종합병원급 이상의 3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로비도 빼놓을 수 없다. 재정상태가 허약한 강남의 모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한 로비가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리베이트가 처방액의 10∼20%선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국적 제약사측 설명은 다르다. 세미나 학회후원은 선진국 기업이 즐겨 활용하는 마케팅기법이라며 전문의약품의 광고가 금지돼 있는 한국에서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다국적사의 오리지널약품을 판매하기 위해 의사를 대상으로 집중홍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 과잉 접대기준에도 객관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MSD는 '병원 의사들에게 술 골프접대 등으로 과도한 경비를 지출한 것은 부당 고객유인행위에 해당된다'며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에 대해 최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냈다.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로 술을 마시는 정도를 과잉접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한 마케팅 기법일까 아니면 로비일까. 법원의 판결이 주목된다. 최승욱·송태형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