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ㆍ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우리 기업들이 제품자체의 경쟁력에 눈을 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완제품 경쟁력 향상에 걸림돌로 늘 지적돼 왔던 취약한 부품ㆍ소재 산업에 대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기술개발이 돼도 시장진입 과정에서 본질적 장벽으로 작용하는 신뢰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부품ㆍ소재 산업이 취약하다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수출을 해도 상당한 과실이 남에게 돌아가는 소위 수입유발형 산업구조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부품ㆍ소재 산업은 무역수지가 악화될 조짐이라도 보이면 언제나 단골메뉴로 등장하곤 했다. 그리고 그럴때 마다 각종 대책들이 쏟아졌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일관성 없는 대책이 문제이기도 했거니와 그런 대책의 성과라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리 신통치 못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말이 국산화지 원천기술이나 설계능력은 크게 개선된 것이 없고,기술개발을 했다지만 실제로 얼마나 수입대체로 연결됐는지도 의문이다. 급기야 부품ㆍ소재전문기업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까지 제정된 것을 생각하면 이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고 할 것이다. 부품ㆍ소재는 기술과 품질을 넘어 수명 고장률 등 이른바 신뢰성요소 측면에서 높은 확신을 줄 때 비로소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을 개발해도,또 개별 품질이 좋아도 신뢰성이 낮다면 시장이 선뜻 선택할리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핵심 부품ㆍ소재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2위를 달리는 기업들의 성장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이들은 부품ㆍ소재의 낮은 신뢰성이 전체 제품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보고 설계단계에서부터 신뢰성을 철저히 관리해 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을 보면 설계단계에서 신뢰성을 관리한다는 개념에 대한 인식 자체가 미약하다. 대기업도 그렇지만 중소기업은 특히 그러하다. 신뢰성 평가를 위한 인프라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부품ㆍ소재 산업의 경쟁력이 왜 취약한지 근본적 이유가 따로 있었던 셈이다. 정부가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신뢰성 평가를 도입하고,신뢰성평가센터 인력양성 신뢰성보험 등 인프라 확충에 나선 것은 그런 점에서 서둘러야 마땅하다. 기업 스스로 신뢰성 향상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도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