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환영합니다. 잘된 일이며 기대가 큽니다"(SK텔레콤 임원) "축하하지만 아쉽습니다"(KT 임원) KT[30200]의 이상철 사장이 11일 정부부처 개각에 따라 신임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취임한 것에 대해 이해 당사자인 KT와 SK텔레콤[17670]은 사뭇 다른 반응이다. SK텔레콤은 지나칠정도로 환영 일색인 반면, KT는 "아쉽다. 섭섭하다"는 표정이 우세해, 겉으로만 보면 SK텔레콤 사장이 장관이 된 것이 아닌가 착각이 일 정도다. SK텔레콤의 고위 관계자는 "신임 이 장관은 누구보다도 정보통신산업을 잘아는 전문가이며 특히 경영인 출신으로 기업의 입장에서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환영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적임자인 이 장관의 취임으로 월드컵을 기점으로 비상하고 있는 한국의 정보통신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더욱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있는 기회를 맞게 됐으며 통신업체들간에도 화합의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반색했다. 하지만 이같은 SK텔레콤의 공식적인 반응에 대해 업계는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경쟁업체의 한 관계자는 "KT 이 사장이 장관이 된 것을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업체는 KT와 법정분쟁까지 불사하고 있는 SK텔레콤일 것"이라며 "지나치게 환영하는 반응을 내보이는 것은 그같은 우려감을 감추기 위한 제스처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 5월 정부 보유 KT 지분매각을 위한 공모에서 막판 깜짝쇼로 KT 지분 11.34%를 매입, 여론의 지탄과 함께 정부로부터도 KT지분매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또 최근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정보통신 분야의 기업과 관련설비를 마구 사들이는 등 영토확장에 나서면서 업계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업체 사장이 정통부장관으로 기용됨에 따라 KT주식에 대한 정부의 매각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이동통신 요금 인상 등 비대칭규제가 강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 이 회사의 속사정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국가의 정책을 관장하는 최고 수장인 장관이 자기가 몸담았던 기업을 봐주거나 유리한 정책을 펼 수 있겠냐"고 반문하면서도 "어쨌든 경쟁업체 사장이 정통부 장관이 됐다는 점은 껄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SK텔레콤의 경우 `겉으로는 기대, 속으로는 우려'하는 분위기지만 이 회사와 비방광고전에 이어 법정분쟁까지 치닫는 등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KTF[32390]와 이동통신 업계 꼴찌로 SK텔레콤에 대한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있는 LG텔레콤[32640]은 이번 이 장관의 취임을 진심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LG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등 쏠림현상이 심각한 상황인데, 이 장관의 경우 KTF 사장을 지내는 등 이통업계의 문제점을 잘알고 있어 앞으로 펼칠 정책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KTF 관계자도 "이 장관이 특정 업체를 대변해 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지만, 아무튼 이동통신산업을 잘아는 장관이 나온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장관을 배출한 KT의 경우 이 장관의 취임에 대해 "사장이 영전하셨으니 축하할 일이지만 KT입장에서는 그다지 좋은 일만은 아니다"는 반응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민영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중차대한 시점에서지도자가 떠났으니 앞날이 걱정된다"며 "사장이 장관이 됐지만 정책을 펼때마다 `친정식구 봐주기 아니냐'는 외부의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결코 회사에 유리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부담스럽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이 장관이 ▲SK텔레콤의 KT 대주주 부상 ▲이통업계의 쏠림현상 심화 ▲통신업계의 2강구도 고착화 움직임 등 업계의 현안과 직결된 KT, KTF의 CEO(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통신업계는 어느때보다도 정통부의 정책에 눈과 귀를기울이며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