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달은 온 나라가 2002월드컵축구대회 열기로 뜨거웠다. 평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오프사이드"나 "페널티킥"이란 용어조차 몰랐던 사람들도 축구마니아로 둔갑할 정도였다. 더욱 한국축구가 월드컵출전 48년역사상 처음으로 1승을 거두고 16강-8강-4강에 진출하자 사람들의 화제는 온통 축구뿐이었다. 국내 골프업계에서는 월드컵이 열리는 6월을 "공백기"로 아예 비워두었다. 골프대회가 하나도 열리지 않은 것은 물론,클럽.볼등을 판매하는 골프용품업체들도 "매출 감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한국전이 열린 주말에는 골프장이 비기까지 했다니,그들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축구 일변도였던 지난달 월드컵을 이용해 공세적 마케팅을 펼친 골프관련 업체들도 있었다. 흥아타이어 정스포츠 청풍교역등이 대표적 예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캘러웨이골프(사장 이상현)가 펼친 월드컵 광고마케팅은 골퍼들과 골프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국내시장에 나와있는 수많은 골프클럽중 소비자 인지도 선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캘러웨이는 대표상품인 ERC II를 대상으로 "16강기원 캘러웨이 ERC II 특가 이벤트"란 이름으로 월드컵 마케팅을 펼쳤다. 한국축구가 염원인 16강에 진출하는 것을 기원하며 국내 캘러웨이 정식대리점에서 이 드라이버를 구입하는 고객 16명에게 정가(85만원)에서 15만5천원 할인한 69만5천원에 판매한 것.16이라는 숫자도 "16강"을 기원하는 뜻에서 마련했다. 전국에 있는 3백여 대리점별로 각각 16명에게 혜택을 부여했으므로 엄청난 이벤트였던 것. 한국캘러웨이골프의 이 이벤트는 골프업계로는 최초의 대규모 월드컵 관련행사였다. 행사를 알리는 광고가 나가자 행사 시작전부터 전국 대리점에 폭발적 반응이 일었으며 골퍼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했다고 한다. 특히 한국이 16강 고지를 넘어서 8강,4강에 진출하면서 이 행사도 인기속에 연장됐다. 월드컵이 끝난 지금까지도 일부 대리점에서는 이 행사가 지속되고 있으며 대리점마다 인기 스펙(남자 10도R 11도R,여자 11도R 12도R)은 매진되어 그 대기수요때문에 미국 캘러웨이본사에 제품주문을 내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한국캘러웨이골프는 이번 월드컵 광고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평가한다. 이 회사 김흥식팀장은 "신제품이 아닌 기존제품으로 신제품 출시에 버금가는 좋은 반응을 유도해 냄으로써 매출증대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한국캘러웨이골프는 국내 골프용품시장에 처음 광고마케팅을 도입한 브랜드답게 월드컵 열기로 위축될수밖에 없었던 골프시장에 소비자의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매출을 늘리고 분위기를 선도함으로써 골퍼와 골프업계의 새 바람을 몰고온 것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