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후 노사분규가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이 주5일 근무제를 강행하자 예상대로 재계가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노사갈등의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제5단체장들이 어제 모임을 갖고 산업현장의 법질서 회복을 강력히 요구한 것도 이같은 일련의 불안조짐들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한 경고로 해석된다. 경제단체들은 연쇄 모임을 추진하는 한편 은행의 주5일제 강행에 따른 기업의 불만과 피해사례를 조사,발표해 여론에 호소할 계획이라고 한다. 재계 일각에선 토요휴무를 하는 은행과는 거래를 중단하고 토요일에 정상영업하는 금융기관으로 여수신을 몰아주는 등의 강경투쟁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재계의 실력행사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이론적으로야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들은 가능하겠지만 오랫동안 주거래은행과의 거래에 의존해온 대기업의 경우 거래은행을 변경한다는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거래은행 변경이라는 카드는 실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보다 답답한 재계의 사정을 그렇게라도 호소해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된다. 지난주에 처음 실시된 은행권의 토요휴무제는 산업의 기초 인프라인 은행이 기업의 입장을 도외시하고 변칙적으로 서둘러 강행했다는 점에서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또다른 요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이어 주5일제가 제조업으로 신속히 확산되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임은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토요일 거래가 많기 때문에 수출 등 대외업무의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무엇보다도 산업전체의 근로분위기 이완현상과 함께 생산성 저하 등도 우려된다. 이처럼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국가적 중대사가 국민적 컨센서스도 없이 은행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고 강행됐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러잖아도 일부 산업현장의 장기 파업이 자동차 기계금속 등으로 확산된다면 올해는 89년 이후 가장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는 한 해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이 중요한 시점에서 노사관계를 자극하지 않고 주5일제를 도입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노사정위의 합의와 국회의 입법화 과정을 거치는 길 밖에 없다고 본다. 아울러 정부는 은행의 주5일 근무제 강행으로 인해 노사관계가 악화되는 일이 없도록 재계의 의견도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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