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무한한 희망과 용기를 심어준 의미있는 역사의 한 순간이었다. 4강 진출은 신화가 아니라 엄연한 역사가 되었고 한민족의 활화산 같은 에너지는 또 다른 신화 창조를 위한 뇌관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 벅찬 감동 한 구석엔 왠지 허전한 마음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건 일본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태도였다. 우린 당연히 일본을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생각일 뿐 감정은 정반대로 작용하고 있었다. 일본과 맞붙은 벨기에 러시아 튀니지는 나와 특별한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응원하는 것이 오히려 내겐 자연스러웠다. 일본은 우리에게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인 존재인가. 극일(克日)이 애국이고 애국을 위해 일본을 미워하고 경계하는 한 일본은 결코 우리의 이웃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세계화를 부르짖고 세계인임을 자처하는 우리가 배타적 민족주의를 고집한다면 세계화는 한낱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4강에 진출한 대한민국에 세계의 언론은 찬사를 보냈다. 일본의 매스컴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시부야의 젊은 울트라 니폰들은 우리의 준결승 응원을 위해 재일 동포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만약 우리가 8강에 탈락하고 일본이 4강에 진출했다면,우리의 젊은이들이 시청앞에서 울트라 니폰을 연호했을까. 세계인을 자처하는 우리,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움을 화해로, 경계심을 협력으로 바꿔야 한다. 그 첫 시발이 바로 일본이어야 한다. 모두가 패자일 수밖에 없는 '미움'을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화해'로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치열하게 경쟁했던 두 나라가 공동 주최한 이번 한.일 월드컵의 성공이 바로 좋은 본보기가 아닌가. 두려워 떨며 행했던 극일을 가슴에 묻고, 용기와 자신감으로 이제 친일(親日)을 시도할 때다. 쇄국적 애국의 굴레를 벗고 세계를 향한 열린 마음을 가진 세계인이 되어야 할 때다.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자신감을 심어준 이번 월드컵이 우리의 화려한 친일(?)을 가능케 하리라 믿는다. Oh! Peace Korea, Oh! Peace Korea…, 올레 올레. 한순현 < 벡셀 대표이사 shhan@suttong.co.kr > 우리의 이웃,우리와 공동으로 월드컵을 주최한 나라 일본.나 뿐만아니라 함께 시청했던 대부분의 사람들도 같은 감정이었다. 그래서 우리에겐 왜곡된 애국자가 너무 많았는지 모르겠다. 월드컵을 공동 주최한 우리의 이웃이기 때문이리라…. 수백년을 반목과 질시로 관계했던 우리의 이웃 일본이어야 한다. 미운 사람을 더 미워하고,경계해야 할 사람을 더 경계하기는 너무 쉬운 일이다. 이제까지 깃발을 흔들며 목소리 높여 추진했던 우리의 애국은 늘 이런식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