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h@koscom.co.kr 나는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쌍방향 대화가 가능한 소그룹 회의를 좋아한다. 이 회의에선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를 소개하면 'IT(정보기술)는 4D업종'에 관한 이야기다. 첫째는 어려움(Difficulty)을 말하고 있다. IT분야는 난해하고 복잡하다는 인식 때문인지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를 골치 아프게 생각하고 있으며,대부분 정보총괄책임자(CIO)들이 전권을 위임받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분야도 증권업무를 완전히 이해하고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소요된다. 또 수천본의 프로그램이 동시에 가동되기 때문에 사고없이 운용할 수 있으려면 많은 로직(logic)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두번째로 위험(Dangerous)을 들 수 있다. 현재 모든 증권거래의 매매체결과 증권회사의 사무처리,그리고 고객관리 등이 온라인 상에서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있다. 특히 선물·옵션거래 등 파생상품거래일 경우에는 전산장애 때문에 실시간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지연되면 회사 경영상은 물론이고 직원개인의 책임문제도 따르므로 항상 위험이 존재한다. 세번째는 궂은(Dirty)일을 들 수 있다. 업무의 성격상 각종 증권거래제도 변경 또는 배당이나 액면분할과 같은 일이 발생할 때마다 소프트웨어를 바꿔야 하는데,증권회사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퇴근시간 후나 휴일에 거의 모든 일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 부부들이 많은 우리 회사에서는 특히 문제가 많다. 월요일 아침이면 남편의 속옷을 전해주려고 부인들이 회사에 나오는 경우도 많다. 마지막으로 꿈이 없다는(Dreamless) 것이다. IT업계의 CEO들은 30대가 제일 많다. 증권회사 CIO들도 대부분 40대 초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IT분야 전문가들이 큰 회사의 CEO가 되는 경우가 드물다. 미국의 경우 CIO들이 CEO가 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 말이다. 결과적으로 현직에 종사할 수 있는 시간이 타업종에 비해 짧다. 재직중 임금이 높은 것도 아니다. 나는 결코 IT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의 애로사항을 알리고자 하는 게 아니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면서 매일 최선을 다하는 분들에게 존경을 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들 덕분에 'IT 강국 코리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