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재미 한인과학자가 고순도의 약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획기적 '이성질체 분리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플로리다대 화학과 마틴교수 연구실의 이상복 박사(35)는 새로운 나노바이오기술을 합성박막에 적용,'이성질체의 분리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처음 입증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인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렸으며 미국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 '케미컬 엔지니어링뉴스' 등의 전문지로부터 '획기적 연구성과'로 평가받았다. 이 박사는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1일자로 메릴랜드대 화학과 조교수에 임용됐다. 거울상 이성질체는 사람의 오른손이 거울에 비치면 왼손처럼 보이듯이 한 화합물질 안에서 화학적 물리적 성질은 같지만 약으로 함께 사용될 경우 '악성'과 '양성'으로 상반되게 반응,약의 효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물질이다. 이에 따라 제약계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이성질체를 분리해냄으로써 고순도 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해에는 몸에 좋은 이성질체만 골라 항생제 등 인체 치료물질을 인공합성하는 길을 튼 미국과 일본의 유기화학자 3명이 노벨 화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 박사가 박사과정인 데이브 미첼과 공동 개발한 이번 기술은 그동안 크로마토그래피법과 함께 이성질체 분리에 사용돼 온 분리막 이용기술에 나노바이오기술을 적용,화합물질의 2가지 이성질체 형태를 구별할 수 있는 '실리카 나노튜브박막'에 기초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이 상업성을 평가받기 위해서는 5년 이상의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박사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성질체를 인식하는 항체를 분리막에 고정시켜 이성질체를 분리하는데 쓴 것"이라며 "이 기술을 생화학물질의 분리에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서울대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친 뒤 LG세미콘(1997∼99년)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지난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플로리다대 마틴 교수의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해왔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