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투명경영이나 윤리경영을 자랑하고 싶을 때 으레 제시하는 모범답안 하나가 있다.


1998년 광양제철소 제2냉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일화다.


당시 유상부 포스코 회장은 홍보팀이 결재를 받기 위해 올린 '경미한 설비사고'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고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그 자리에서 '경미한 설비사고'를 '폭발사고'로 고쳐주고 그대로 언론에 배포토록 했다.


유 회장은 "불미스런 사고라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알려줘야 주주나 수요업체,종업원 등 이해관계자들이 포스코를 비뚤어지게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의 그런 자긍심이 크게 훼손됐다.


지난 5월 최규선 게이트에 휘말린 것으로 드러난 탓이다.


최근 검찰은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유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포스코는 해태 타이거즈구단 인수압박에 시달린 나머지 타이거풀스 주식을 고가에 사준 것으로 나타났다.


유 회장은 계열사 및 협력업체가 고가에 주식을 매입토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포스코는 타이거풀스 주식매입이 대미 철강통상마찰 해소에 공헌한 최규선씨의 노고에 대한 대가라고 대응해 왔다.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포스코가 제외되는데 최씨의 통상로비가 큰 몫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포스코는 검찰의 최종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회사가 너무 민감한 정치적 사건과 연루돼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하고 있다.


해태타이거즈 구단을 인수하라는 정치적 압력을 받아 민감했던 것인지,그 연장선상에서 타이거풀스 주식을 인수해 민감했던 것인지 아리송하다.


포스코는 이에 앞서 유 회장과 김홍걸씨 등 권력실세와의 만남을 주선한 인물에 대해서도 말을 바꿨다.


한가지는 분명하다.


최규선 게이트 연루사건을 계기로 포스코가 주창해왔던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이 오락가락하면서 방향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회사기밀로 볼 수 있는 통상로비 루트를 공개하는 손실(?)을 자초하기도 했다.


포스코의 진실게임이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도 계속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김홍열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