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해 연평도 부근에서 벌어진 남북 해군간 교전은 김정일과 북한군부의 진면목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한다. 무력도발후 5시간여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북한 중앙방송이 이번 교전을 우리측 선제공격에 따라 빚어졌다고 적반하장격으로 나서고있는 것은 저들이 항상 되풀이해온 상투적인 수법이지만,더욱 가증스럽고 혐오스럽기만 하다. 5명의 사망.실종자등 인명피해를 낳게한 이번 도발행위에대해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을 져야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북측에 사과와 책임자 처벌,재발방지를 요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비슷한 불상사가 빚어질 때마다 같은 요구를 되풀이해왔지만,사실상 쇠 귀에 경읽기 격이었음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번 도발이 월드컵 3.4위전진출로 국민적 축제분위기가 무르익고있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 하다. 도대체 무엇을 노리며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퇴거를 요구하는 우리측 경비정에대해 즉각적으로 중화기 선제공격을 퍼붓는등 도발당시의 정황으로 볼 때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된 것이었음이 너무도 분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한마디로 비상식적이며 광기어린 집단이 아니고서야 전민족의 분노를 살 이런 짓을 왜 한단 말인가. 국방위원장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전체 북한지도부 차원에서 계획한 도발이라면 남북관계 개선은 앞으로도 험난하고 암담할 수 밖에 없을게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군부내 일부강경파들이 남북관계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의도아래 북한수뇌무와 관계없이 일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이번 서해교전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마찬가지다. 남북관계는 강력한 안보의 바탕이 있어야 개선될 수 있다. 김정일이 상습적이고 광기있는 테러리스트나 군사적 모험주의자가 아니라는 아무런 확증도 없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북한 군부내 강온파간 다툼이 제한적인 군사도발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강력한 안보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다. 우리는 이번 교전사태가 햇볕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기아선상에서 헤매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지원해야 할 기본적인 필요성은 이번 불상사에 관계없이 너무도 분명하고 또 당연하다.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 또한 지속돼야 한다는데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에 대한 지나친 감상적 접근도 금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민족과 통일이라는 어휘가 풍기는 마력에 취해 KAL기 폭파, 아웅산 사건은 물론 굶어죽지 않기 위한 숱한 탈북자로도 알수 있는 북한지도부의 '실체적 진실'을 애써 외면하려 들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안보 일선에서 애쓰고 있는 이들을 힘빠지게 하지는 않았는지 모두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물론 기업인 근로자 학생 모두가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