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83세를 일기로 타계한 앤 랜더스(Ann Landers:본명 에스더 레더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인생상담 칼럼니스트였다. 그녀가 1955년부터 시카고 선타임스에 연재한 '디어 앤 랜더스'라는 칼럼은 한 때 전세계 1천2백개 신문에 전재됐고 독자수도 9천만명을 헤아릴 정도였다. 랜더스가 하루에 받는 편지만도 2천통을 넘었다고 하니 독자들의 사랑을 짐작할 만하다. 랜더스의 글은 화려하지 않고 요란한 수식어도 별로 없다. 그저 정 많은 이웃집 아주머니가 건네는 얘기처럼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이성 직업 가정 등에서 발생하는 동시대인의 모든 문제를 상식선에서 평이하게 조언해 주기 때문이다. 자위행위를 걱정하는 한 독자의 편지에 랜더스는 "자위행위가 노소를 막론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무리 까다로운 문제라 해도 건전한 상식으로 풀었지,그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 싣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랜더스의 글은 연령층을 뛰어 넘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항상 남의 고민을 들어주는 랜더스였지만 자신의 고민 또한 없지 않았다. 지난 75년 미국 굴지의 '렌터카'회사를 만들었던 남편 줄스 레더러와 37년간의 결혼생활을 정리할 때 그녀는 칼럼을 통해 "그렇게 오랫동안 그렇게 좋았던 무엇인가가 왜 영원할 수 없는 것일까"라고 되물었다. 랜더스는 칼럼을 다 채우지 않고 후미에 여백을 남기는 것으로 그 고통을 표현했다. 랜더스의 칼럼 못지 않게 인기를 누리는 '디어 애비'의 필자인 쌍둥이 자매 애비게일 부렌과의 불화도 내내 그녀를 괴롭혔다. 결혼식을 같이 올릴 정도로 다정한 동생이었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거의 담을 쌓고 지내다시피 했다. 이렇듯자신의 슬픔이 있었기에 더 깊은 상담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랜더스의 외동딸인 마고 하워드는 "엄마는 평생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상담을 했으나 자신도 독자들로부터 많은 삶의 양식을 얻었다"고 엄마를 대신해 작별칼럼을 썼다. 온갖 고민을 같이 나눌 수 있었던 랜더스가 그립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