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팀이 독일에 1-0으로 석패한 다음날인 26일.정부는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경제장관간담회를 갖고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내놨다.


4강 진출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월드컵 이후를 생각해야 할 시점인 만큼 시의적절한 발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승 진출 좌절로 사실상 월드컵 축제분위기가 파장에 접어든 때여서 시점도 절묘했다.


간담회 내용은 '월드컵으로 응집된 성숙한 국민역량'을 경제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이었다.


월드컵 기간 중 향상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수출과 해외투자 유치를 늘리고 관광 및 스포츠 산업도 육성하자는 방안들이 망라됐다.


그런데 정부 대책을 보면 그 당위성에 대해서는 수긍이 가면서도 '이게 아니다'싶은 대목이 많다.


24쪽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의 어디에서도 정부가 월드컵 이후의 문제들에 차분히 접근하려는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금년 수출목표 1천6백50억달러(증가율 10%) 기필코 달성''연평균 (경제성장률) 6%대의 강력한 성장동력 가동''한·중·일 3국간 산업협력에서 주도적 역할 수행'등의 의욕 앞선 표현들이 거슬린다.


마치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21명의 참석자들이 4강진출을 확정지었던 한국-스페인간 경기를 막 보고 나서 들뜬 분위기 속에 회의를 진행했다는 기분이 들 정도다.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에펠탑과 같은 대형 건축물을 세우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할 지경이다.


관광 한국의 문제가 어디 에펠탑같은 조형물의 부재에서 비롯됐던가.


기자는 오히려 정부가 다소 소홀히 취급한 '히딩크 리더십'의 연구를 포스트 월드컵 대책으로 주목하고 싶다.


히딩크 리더십의 요체는 △비전과 소신 △기본기 중심 △연고주의 탈피 △개방주의 등이다.


정부가 솔선해 뿌리 깊은 연공서열과 학연 지연 중심의 조직 문화를 버리고 이를 연구,실천한다면 국가 경제적으로 이점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이번 월드컵의 메시지를 정부 스스로는 물론 민간경제에 접목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