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은행업무 행태가 그대로 꼭 빼닮았습니다." 금융감독원 모 간부는 이번 월드컵 경기를 지켜보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과거 은행감독원 때부터 외국계 은행의 업무를 가까이서 들여다봐온 그는 국가별, 지역(대륙)별 은행들 행태에 독특한 특징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현재 41개의 외국계 은행이 법인 또는 지점 형태로 진출해 있다. 이들은 점포 63개를 운영하면서 한국시장에서의 이익 증대를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외국계 은행은 국내 은행와 같이 금감원의 정기.특별 검사와 조사를 받는다. ◆ 적극적이고 공략적인 유럽계 =유럽계 은행은 매우 적극적이고 공세적이면서 전략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의로 하는 규정위반도 적지 않은데 검사를 나가면 위법이 아니라고 펄쩍 뛰거나 감추려 애쓴다"고 지적했다. 검사하기도 까다롭다는게 현장검사를 나간 직원들의 대체적인 평. 예컨대 특정 업무처리가 외환관리 규정에 어긋났다고 지적하면 "어느 조항에 그런 게 있느냐, 어떻게 잘못됐다는 것인가"라며 따지고 들기 일쑤라는 것. 영업에서도 돈이 될 만하면 적극적인 공략에 들어가는 형이어서 규정에 조금이라도 틈새가 보이면 이를 활용한다. 한 관계자는 "수백년의 금융기법 전통이 들여다 보인다"며 "교묘한 반칙이 횡행하는 이탈리아 등지의 축구가 연상된다"고 설명했다. 공격형의 거친 축구와 닮은 꼴이다. 유럽계는 프랑스 5개, 영국 3개, 네델란드 스위스 각각 2개, 독일 1개사가 진출해 있다. ◆ 대체로 합리적인 미국계 =미국 은행들은 합리적이란 평을 듣는다. 각종 법규와 감독규정도 잘 준수하는 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만 외국계중 최대 은행인 씨티가 과거에 공세적인 영업을 했으며 규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틈새공략에 적극 나서곤 했는데 근래 소매금융에 치중하면서 업무태도가 상당히 변했다"고 전했다. 미국계 은행은 모두 10개사가 들어와 있다. 합리적이라는 평가와 소리없이 돌풍을 일으킨 미국 축구의 이미지가 겹친다. 미국 축구선수들은 체력은 좋지만 유럽만큼 반칙을 많이 하거나 과격한 경기를 하지 않는다는 평이다. ◆ 규제 순응적이고 온순한 아시아계 =아시아계는 규정 위반이 드물다. 잘 모르거나 의문이 들면 감독원에 먼저 문의해 온다. 규제 순응적이라는 얘기다. 국제무대에서 소극적인 아시아 축구를 연상시킨다. 일본계 5개, 중국계 2개, 싱가포르계 3개, 필리핀 파키스탄 인도계가 각각 1개씩 국내에 진출해 있다. 중동에서도 이란과 요르단계 은행이 각각 1개씩 국내 진출해 있으나 한국시장에 거점을 마련한 정도의 의미를 가질 뿐 감독당국의 별다른 관심 대상이 되지 못한다. 월드컵 초반 독일에 8-0으로 대파당한 사우디아라비아 축구와 비슷한 모습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