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park@dw.co.kr 미국의 정책결정과정을 그린 'Smoking & Politics'라는 책은 담뱃갑에 쓰여진 건강경고문의 도입 및 발전과정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대집단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1957년부터 미국 건강단체는 흡연과 폐암간 인과관계를 들어 대책을 촉구했으나 담배를 생산하는 미국 14개 주(州)의 상·하원 의원,담배회사,광고회사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전개했다. 그들의 활동으로 건강경고문구는 66년에야 등장했는데 그것도 '흡연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온건한 내용이었다. 업계의 막강한 자금과 조직력으로 의회의 청문회 개최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통한 지연작전으로 경고문을 상당기간 연기하거나 문구를 부드럽게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결국 독립규제위원회인 연방교역위원회(FTC)의 노력과 건강단체의 압력에 업계의 활동은 서서히 약화되었고 급기야 담배광고에도 동일한 경고문구가 부착됐다. 담배별로 타르와 니코틴의 함량이 공개되는가하면 문구도 점차 강해져 오늘날과 같이 구체적이고 강력한 문장으로 변모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결론은 무슨 일이든 이해관계집단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공하려면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그것은 든든한 재정과 조직력이라는 것이다. 최근 시민단체가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의 성공여부는 재정적 뒷받침과 조직력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계의 경우에도 개별업체들의 힘이나 활동은 강하나 그들이 모여 만든 협회는 취약한 경우가 많다. 즉 자기 기업이 속한 산업전체가 죽어가는 것은 나몰라라 하면서 개별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는 죽기살기식으로 로비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것은 우리 업계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개별적인 힘을 조직화하고 이를 지원하는데 상대적으로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듯이 옳은 주장도 이를 실현하는 데는 열정적인 리더십과 조직화된 힘,그리고 물질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도 무슨 일을 추진하는데 개별플레이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붉은 악마'와 함께 응원했듯이 좋은 일에는 자발적이고 조직적인 참여와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