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은 4강이 격돌하면서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유통시장에선 4강의 쟁탈전이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통합법인 LG유통이 7월1일자로 정식 출범,빅3로 불리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아성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는 당연히 LG유통의 공격 전략. LG는 3개의 백화점과 7개의 할인점을 투톱으로 내세우고 9백개의 편의점과 67개의 슈퍼마켓을 미드필더로 삼아 공격수들을 지원할 것으로 예측된다. 3개의 법인으로 나뉘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LG는 단번에 2조8천억원대 외형(올해 예상매출액)을 갖춘 자산 규모 1조2천억원의 거대 유통기업으로 거듭남으로써 빅3 위협세력으로 등장했다. LG유통은 우선 7월1일 주총을 통해 통합법인을 이끌어갈 대표이사를 선출할 예정이다. 안팎에서는 LG그룹 계열사 분할 구도상 허승조 전 LG백화점 사장이 LG유통 대표를 맡아 공격진을 진두 지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허 사장은 LG그룹 창업세대인 고 허만정씨의 8남으로 공격적인 성향의 리더로 알려져 있다. '화끈하고 적극적'이라는 평이 항상 그를 따라다닌다. 허 사장의 뒤를 전문경영인인 강말길 LG유통(단일법인) 사장이 공동대표로 뒷받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재무·회계통으로 전형적인 관리형 경영인인 강 사장과의 조화는 통합의 시너지를 높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할 것이란 게 업계의 지적이다. 허 사장에겐 조직융합,자원배분,인적자원 수혈 등 만만찮은 숙제도 가로놓여 있다. LG유통은 일단 증시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거액이 소요되는 백화점과 할인점 점포 확장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유통업의 특성상 선발주자들이 목좋은 곳들을 이미 상당수 싹쓸이,공간 침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기본기에 충실한 조직,일사불란한 팀워크,지도자의 올곧은 철학 등이 잘 어우러진다면 얼마든지 기적을 이뤄낼 수 있다. 현대 경영학에서는 '빅3 법칙(The Rule of Three)'이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3개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학설이다. LG유통이 이 법칙을 뒤엎고 히딩크식 이변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