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세계 79개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70위에 머물렀다는 소식은 우리로선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필리핀이나 태국보다도 뒤지고 있다는 평가이고 보면 우려할 만한 일이다. 물론 이같은 내용을 공표한 무디스가 과연 얼마나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유용한 데이터를 근거로 평가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고,특히 각국의 산업구조와 금융이용 관행 등이 전혀 다른데도 겉으로 나타난 재무관련 비율만으로 건전성을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법인지는 다소간의 의문이 없지 않다. 그러나 분명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건전성 평가기준을 장래 손실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어느정도 자기자금을 확보하고 있는지와 장래 수익구조가 얼마나 건실한가에 둔다면 국내은행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기관들은 부실채권 정리 등 재무구조 건실화를 위해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수조원 규모의 이익을 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런데도 국제기준에 비춰보면 아직도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의 부진 때문이라고 본다. 국내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이 미국 등 금융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고,수익성 지표가 평균적으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무디스가 가장 취약한 지표로 지목한 낮은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부실기업 정리가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으면 빠른 시일내에 시정하기조차 힘겨운 과제다. 따라서 국내은행의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선 은행들이 기본적으로 수익극대화 노력을 강화해야 하겠지만 그 이외에 부실채권 정리를 최대한 앞당기고, 말만 무성한 금융산업 차원의 구조조정과 금융기관들의 체질개선을 되도록 서둘러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근래들어 은행 수익성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경기회복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뿐 구조적인 수익기반 정착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본다.일부 부실기업정리가 금융기관간의 이해상충으로 지연되는 바람에 전체 금융권이 재무건전성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소망스럽지 못한 일이다. 최근들어 은행들의 수익성이 약간 개선됐다고 해서 결코 방심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