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인사에서 나이와 직급 파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며 다른 기업에 비해 보수적인 은행들이 젊고 실적이 좋은 직원 발탁은 물론 아예 공모제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조흥은행은 조직 활성화와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해 본부 부서장, 영업점장, RM(기업금융전담점포) 지점장, 신설 점포장 등에 대한 공모제실시하기로 했다. 조흥은행은 그동안 3급 이상이 맡아오던 공모 대상 직급을 4급 이상 전 직원에게 개방, 각자 작성한 경영계획서를 평가해 올 하반기 정기인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김대중 조흥은행 인력개발부 차장은 "공모제는 인사담당 부서에서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직원들의 능력과 적성을 찾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조직 활성화와책임경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도 지난 21일 1∼2급 몫인 본점 주요 부서장 14명을 교체하면서 9명은40대의 3급 직원을 기용해 나이와 직급을 고려한 기존 관행을 한꺼번에 파괴했다. 또 일선 영업을 지휘하며 본부와 영업점의 가교역할을 맡는 지역본부장에도 연공서열과 관계없이 실적이 우수한 직원을 발탁하는 동시에 50대 본부 부서장과 지역본부장, 영업점장 등 20명을 지역본부 단순업무추진역으로 내려 발령했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3월 전국 1천125개 영업점 가운데 419개 점포에 대한 지점장급 인사에서 새로 임명한 262명의 점포장 가운데 여성 31명과 대리급(4급)직원 60명을 발탁해 금융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김정태 국민은행은 오는 9월 전산통합 이후 옛 국민.주택은행 시절 직원들의 인사기록을 없애고 실적과 능력에 따른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하기도 했다. 이 밖에 산업은행이 `인사혁신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직급 중심의 현행 승진체계를 직위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직급제 자체를 폐지하고 새로운인사시스템을 도입하는 은행이 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