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일본 경제가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 주가는 올들어 11% 올라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기업들은 2002회계연도(2002년4월∼2003년3월) 순이익이 전년보다 절반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월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연율로 7.7%(전분기보다 1.4% 성장)를 기록,침체국면에서 완전히 탈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철강 컴퓨터 등 미국과 아시아 각국에 대한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4월 중 가구소비는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내수시장에 활기를 주고 있다. 게다가 미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최근 외국계 자금 80억달러가 도쿄증시에 유입되는 호재도 발생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주가가 치솟을 것이란 주장은 일본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우선 일본정부의 통계방식은 일반적으로 사실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경제지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야마자키 마모루는 "일본정부가 1999년 1분기에 연율로 7.9%의 고성장을 한 것으로 발표했으나 마이너스 3.9% 성장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내놓는 경영성적표도 신뢰성이 떨어진다. 특히 업계의 순이익 전망치가 그렇다. 기업들의 올 세전 이익이 51%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 중 절반 가량은 전자업계에서 나온 것이다. 이들 기업 중 대부분이 해외생산시설에서 순이익을 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일본내의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일본의 GDP 성장률이 기껏해야 1%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회사의 막대한 부실채권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일본 경제성장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일본의 채권등급을 이스라엘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수준으로 강등시켰다. 일본중앙은행(BOJ)이 디플레이션(경제침체 속 물가하락)을 극복하고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통화를 남발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본은 통화량을 최근 수년간 36% 가량 증대시키고 있는데 이는 지난 73년 오일쇼크 이후 최대 규모다. 이러한 통화남발은 인플레압력을 가중시키며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 증가에도 불구,기업들에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의 신규 대출은 전년동월에 비해 5% 감소했다. 은행들이 자금을 부실채권 처리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은행들의 전체 채권 중 부실채의 비율은 11%로 미국과 유럽의 2%를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일본의 경기회복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부실기업과 은행과의 연계 고리를 끊고 기업을 과감히 도태시켜야 한다. 하지만 실업률 상승이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로 일본정부는 선뜻 개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부실기업의 대부분은 중소형 소매업체나 서비스업 건설업 등으로 이들 기업은 일본 전체 고용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고이즈미 정부는 개혁의 과장된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과감한 금융시스템 개혁과 신속한 부실채권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 글은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7일자)에 실린 'Is This the Real Deal for Japan?'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