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스페인을 누르고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뤘던 지난 22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저마다 붉은색 옷을 걸쳐 입은 인파는 한국전이 열리는 날이면 언제나 그랬듯 이날도 아침부터 거리를 가득 메웠다.


경기가 시작되자 대형스크린 앞에서 한국팀의 선전을 지켜보던 우리의 '붉은 악마'들은 선수들과 함께 뛰기 시작했고 같이 힘들어했다.


보호대로 얼굴을 가린 김태영 선수가 악착같은 수비를 펼치다 골라인을 지나쳐 구를 땐 안타까운 마음에 모두가 가슴 아파했다.


김남일의 발목부상때는 뼈저리는 고통에 다같이 몸서리쳤다.


연장전으로 접어들면서는 숨막히는 긴장감에 함께 땀을 흘렸다.


1백20분간의 사투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피말리는 승부차기에 들어가자 대규모 응원단은 초조와 긴장의 기운에 휩싸였다.


이윽고 홍명보 선수의 다섯번째 킥이 골네트를 가르며 한국의 4강진출이 확정되자 숨죽이던 붉은 악마들은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대∼한민국'을 외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절로 쏟아지는 환희의 눈물에 시야가 흐려진 그들은 그냥 자리를 뜨지 않았다.


눈물을 훔치며 발밑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주웠고 깔고 앉았던 신문지를 차곡차곡 챙겼다.


쓰레기도 내것 네것 구분치 않았다.


골목마다 몰려있다 흩어져 내려오는 '젊은 악마'들은 여기저기 널려있는 신문지나 페트병을 주워 쓰레기통에 차분히 넣었다.


응원이 하나였듯 길거리 청소도 모두가 하나였다.


그러나 주변 정리를 마친 이들은 큰 길에 다다르자 이내 축제의 분위기로 돌아갔다.


혈기를 못이긴 듯 중앙분리대와 버스정류장 지붕까지 올라가 춤을 췄고 큰 북을 두드리며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기쁨을 나누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손을 내밀어 그들의 뜨거운 마음을 전했다.


그 자리엔 남녀노소,한국인과 외국인의 구별은 이미 없었다.


스크럼을 짜고 둘러서 애국가를 10번이고 20번이고 끊임없이 부르는 그들.'젊은 악마'들은 분명 지구촌의 식구였고 한국의 미래이자 희망이었다.


장유택 월드컵취재단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