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한국 대표팀의 4강 진출로 '월드컵 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월드컵 공식후원업체들은 이미 투자대비 수백배의 기업 마케팅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코리아 브랜드' 가치의 수직상승과 함께 각 기업들은 해외에서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매출 증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 코리아 브랜드 수직 상승 한국이 끈질긴 투혼으로 4강 진출이라는 이변을 만들어 내자 국가 이미지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도 급상승할 전망이다. 실제로 KOTRA 해외 무역관 보고에 따르면 현지인들의 코리아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OTRA 파리 무역관은 "한국팀이 월드컵에서 상승세를 보이면서 홍보 효과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으며 포르투갈 리스본 무역관도 "높아진 국가 이미지가 상품 이미지와 연결돼 수출증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자원부와 KOTRA는 해외소비자를 대상으로 국가 이미지조사 실시를 추진하는 한편 IT강국, 비즈니스 중심지로서의 이미지를 확산시키기 위한 포스트월드컵 대책을 마련중이다. 기업들도 국가 이미지 상승을 자사 브랜드 홍보를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앞세워 브랜드 일류화를 굳히기 위한 해외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LG는 국가위상 제고와 함께 해외에서 '고급 LG' 이미지를 전파하는데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SK는 중국내에서 인지도가 상승함에 따라 한.중.일 축구리그 후원, 아시아의 CDMA 벨트 형성, 정보통신 및 화학분야 중국진출 등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월드컵 경기장 광고 등을 통해 해외에서 크게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다각적인 판매확대 방안을 모색중이다. ◆ 월드컵 마케팅 대박 공식 스폰서로 10억달러 가량을 투자한 현대자동차는 한국팀의 4강 진출로 마케팅 효과도 당초 50억달러에서 80억달러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자체 추산했다. 한.일 양국의 20개 경기장에 2개씩 광고판을 설치, 30억달러 이상의 광고효과를 거뒀으며 4강 진출로 국가 이미지와 한국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는 등 무형의 효과까지 감안하면 10조원 이상에 달한다는 것. 공식 후원사인 KT도 펜스 광고 노출을 통한 단순 광고효과(2조4천억원)와 외신보도및 IT 월드컵의 성공에 따른 브랜드 인지 등 5조원의 홍보효과를 거둔 것으로 예상했다. SK는 SK텔레콤이 붉은 악마를 후원, 엄청난 광고 및 인지도 제고 효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응원복 등을 지원하는데 50억원을 썼지만 'Be the Reds'를 새긴 붉은 티셔츠를 통한 매복 마케팅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해외에서 고급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고 해외투자자에게 기업 신인도를 높이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네덜란드 필립스의 제럴드 크라이스터리 회장을 비롯해 쉐브론 텍사코 도시바 JVC 등 전략적 제휴업체의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들을 초청, 사업 현장 방문과 월드컵 경기 공동 관람을 통해 유대를 돈독히 했다. ◆ 월드컵 신풍속도 이번 월드컵은 경제계에 새로운 풍속도를 몰고 왔다. 대표적 사례는 한국팀을 세계 4강에 올려 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따라 배우려는 '히딩크 신드롬'. 삼성이 히딩크의 리더십에 관한 사내방송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임직원들에게 보여 주는 등 기업들의 히딩크 따라하기 노력이 이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다음달 24∼2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최하는 하계 세미나에 히딩크 감독을 강사로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한국 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바람과 함께 이를 활용한 '레드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교체주기가 빠른 휴대폰 등의 제품에 붉은 색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일모직 캐주얼 브랜드 후부는 월드컵 이후 올 가을까지는 붉은색 열풍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티셔츠 헤어밴드 수건 등 월드컵 관련 품목의 생산을 하반기에 10% 정도 늘릴 방침이다. 보루네오가구는 올 가을 신제품 특징을 '레드 트렌드(Red Trend)'로 정하고 광택 재질의 붉은색 '하이그로시(High Grossy)'가구를 내달중 출시할 예정이다. 화장품 매장에서는 붉은 색 티셔츠에 어울리는 붉은 색 립스틱과 이에 어울리는 밝은 색조 화장품이 인기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