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로 시행 1년째를 맞는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시행 전부터 '부동산 간접투자의 꽃'이라 불리며 관련업계의 화려한 조망 속에뜨거운 관심을 모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처음의 들떴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2개 리츠 만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초라한 성적표를 내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츠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인지도 부족과 리츠법의 각종 규정이 리츠 설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수익성을 담보할 다양한 투자물건을 확보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점 또한 리츠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행 1년 초라한 성적표 = 리츠는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각종 부동산상품에투자한 뒤 여기서 생긴 수익을 배당으로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으로, 주로공모를 통해 투자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거래소에 상장된 리츠는 '교보-메리츠 퍼스트기업 CR리츠'와 '코크렙 제1호 CR리츠' 등 2개 뿐이다. 공모당시 청약경쟁률도 각각 1.04대 1, 1.62대 1에 불과, 턱걸이로 투자자 확보에 성공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더욱이 공모가 의무사항인 일반리츠 1호 '에이팩리츠'의 경우 지난해 12월 일반공모를 실시했지만 목표금액의 17% 밖에 청약이 들어오지 않아 공모에 실패, 본인가를 받지 못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코리아리츠'는 지난 2월 일반리츠 예비인가를 받은데 이어 일반공모를 준비중이며 GE캐피털이 최대주주로 참여하는 'K-1 CR리츠'도조만간 예비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밖에 CR리츠의 자산운용을 담당하는 5개 자산관리회사(AMC)가 인가를 받았고15개사가 부동산투자자문회사로 등록된 상태지만 리츠 시행 1년을 앞둔 상황에서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라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리츠설립 관망세로 전환 = 지난해 리츠 시행을 앞두고 맹렬한 기세로 리츠 설립을 추진하던 업체들이 대거 관망세로 돌아섰다. 작년 11월 호텔리츠를 표방하며 건설교통부에 예비인가 신청을 했던 'SR리츠'는시장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다고 판단, 인가신청을 자진 철회한데 이어 적절한 공모시점을 모색하고 있다. 작년 9월 반포동 센트럴시티를 인수하면서 연말까지 5천500억원 규모의 CR리츠를 결성하겠다고 발표했던 'I&R코리아'도 리츠설립이 해를 넘긴 상태다. 마찬가지로 학원리츠를 목표로 작년말까지 일반리츠를 추진했던 '부동산닷컴'도지금은 일반리츠를 보류한 채 뮤추얼펀드 형태의 부동산 투자자금 모집으로 방향을전환했다. 또 경매물건을 싸게 취득한 후 임대.처분시 발생하는 수익을 주수입원으로 하겠다며 자본금 500억원의 리츠를 만들 예정이던 '디지털태인' 역시 에이팩리츠의 공모실패 이후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닷컴 관계자는 "리츠 시행 전후로 활발하게 리츠 설립을 추진하던 업체들이 어느순간 수면 밑으로 잠수한 느낌"이라며 "처음 들떴던 기분을 가라앉히고 좀더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자는 `관망' 태도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낮은 인지도, 우량물건 품귀 = 리츠가 활기를 띠지 못하는 것은 일반투자자들의 낮은 인지도와 이에따른 투자 외면도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자본금 500억원 중 350억원을 일반공모로 돌렸다가 저조한 청약으로 본인가 획득에 실패했던 에이팩리츠가 대표적이다. 에이팩리츠는 일반공모분을 50억원으로 최소화한 뒤 내달 재공모에 나서는 방안을 마련했다. 예비인가만을 획득한 코리아리츠도 일반공모분을 최소화, 청약미달로 인한 설립무산을 방지하겠다는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코리아리츠 윤은식 대표는 "리츠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발시켜야 하는데 아직 인지도가 낮은게 현실"이라며 "지난해 주식시장 활황으로 10%전후의 고정적 수익을 가져다 주는 리츠가 외면받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 있는 물건이 거의 소진됐다는 점, 리츠가 오피스 임대에만 치중돼 있어상품 다양화에 실패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건물 자체의 가격이 크게 상승한데다 소위 '알짜배기' 물건은 이미 외국인을 중심으로 발빠른 투자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여서 남아있는 물건 중에 수익성 있는 투자대상을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초만 해도 빌딩 임대수익률이 10%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가격이 올라 수지를 맞추기가 힘들어졌다"면서 "배당을 하려면 최소 9%의 수익률은 담보해야 하지만 잘해야 8%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보-메리트 퍼스트 CR리츠 유정봉 대표는 "리츠추진 주체들이 오피스 임대에치중돼 있어 상품 다양화도 시급한 상황"이라며 "부동산을 자산이 아닌 수익 개념에서 접근하고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전문인력 부족도 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리츠법 개정도 관건 = 일반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CR리츠에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현행 리츠법도 리츠 활성화의 저해요인이라는 비판이다. CR리츠에 대해서는 법인세와 취득.등록세를 전액 감면해 주고 있으면서도 거의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일반리츠에 대해서는 취득.등록세 50% 면제 혜택 밖에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팩리츠 김현대 팀장은 "일반리츠에 법인세 감면 혜택을줄 경우 현재보다 수익률이 3-4%는 올라갈 수 있어 리츠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최소자본금이 500억원이어서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고 리츠의 건전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도입된 현물출자나 외부차입 등에 대한 엄격한 규정도 지금 상황에서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건교부는 최소자본금 축소, 법인세 감면, 일반공모 비율 및 외부차입 기준완화 등 일반리츠 활성화 방안을 담은 리츠법 개정안을 지난달 입법예고한 뒤 국회에 제출해둔 상태로 이 개정안 통과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디지털태인 진선우 이사는 "리츠 활성화는 부동산 유동화를 촉진시킨다는 측면에서도 정부가 적극 추진해야할 사안"이라며 "법 개정 추이에 따라 일반리츠 설립시점을 결정하겠다는 업체가 다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