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경기전망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조짐이 벌써부터 이곳저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3·4분기 기업 경기실사지수(BSI)가 업종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2·4분기에 비해 상당히 떨어져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한풀 꺾인 것으로 나온 것만 봐도 그렇다. 대표적인 장기금리 지표인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5.8% 가까이 떨어진 것 역시 실물경제의 위축된 투자심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배경에는 세계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지지부진한데다,미국내에서의 외자유출과 달러약세 지속으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고 심지어 금융불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탓도 적지 않다. 또한 연말 대선을 앞두고 각종 선심성 정책이 남발되고 노사 마찰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정책이 표류할 위험마저 없지 않아 더욱 걱정이다. 지난 4,5월엔 경기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고 지금도 일부에선 선제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전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외 경기상승세의 급격한 퇴조를 감안하면 경기과열을 걱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활력을 고취하는 한편 생산성 제고와 품질향상을 위한 기업투자에 과감한 지원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때마침 김대중 대통령과 10대 기업 회장들이 함께 월드컵 이후의 경제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축구경기에서 보여준 끈질긴 저력과 우리 국민들의 단합을 바탕으로 경제에서도 8강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강구하는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월드컵경기를 계기로 높아진 국가브랜드 인지도를 외자유치와 수출증대를 위해 활용하는 한편,경제특구 지정과 다국적기업 아시아지역본부 유치추진 등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같은 중장기대책 못지않게 당면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사화합을 다지는 동시에 기업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마땅하다. 관계당국은 경기추이와 함께 금리 환율 등 경제변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투자활성화와 수출증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월드컵 이후 있을지 모를 급격한 경기하강을 막고 우리경제의 활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