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8·8 국회의원 재·보선에선 상향식 공천을 유보하기로 했다.


국회의원 선거 후보를 해당 지역구에서 대의원들이 투표로 뽑아 올리지 않고 중앙당의 재·보선 특별대책위에서 선정키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서둘러 당헌도 개정했다.


3김(金)시대의 하향식 공천으로 회귀한 셈이다.


민주당은 상향식 공천제도를 포기한 이유로 불리한 정치상황을 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상향식 공천은 쉽사리 포기할 수 없지만 특수상황에서 일시 유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상향식 공천의 후유증으로 지방선거를 망쳤다"며 재·보선에서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강변했다.


6·13지방선거 참패로 노 후보와 당 지도부는 이미 한바탕 홍역을 치른 터다.


8월 재·보선에서 패할 경우 또다시 책임론의 화살에 직면해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민주당 정치개혁의 상징이었던 상향식 공천제도를 하루 아침에 폐기하는 명분으로는 너무 빈약하다.


민주당은 애당초 지역 민심을 무시한 채 중앙당에서 몇몇 실세가 후보결정을 좌지우지하는 '보스정치'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정당 민주화를 실현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상향식 공천제도를 도입했다.


그런 민주당이 정치상황이 어렵다고 그 원칙을 포기하려 한다.


민주당은 하향식 공천이 이번에 한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17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불리하면 또다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승리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한 한번 깨진 원칙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것이다.


노 후보와 민주당은 그간 입만 열면 정당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외쳐왔다.


특히 당내 쇄신파는 "정치개혁과 당의 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어렵사리 이룬 정당개혁의 상징이 상황논리로 묻히는 상황에서 이들은 침묵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단 한번의 실험만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상향식공천에서 나타난 폐단을 고치기보다 그 희생양이 되지나 않을까 지레 겁먹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