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정치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개방물결에 휩쓸려 공산당 체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개방으로 외국제품 수입이 급증하면 경쟁에서 밀리는 기업들이 무더기로 쓰러지고 그 결과 실업자가 속출,사회적 불안이 야기될 것이라는 점에 근거한 전망이다. 물론 중국정부가 WTO 가입 협정에 따라 시장개방을 확대할 경우 실업자가 늘지 않을 수는 없다. 실업자 급증으로 중국전역에 만연된 부패와 점점 벌어지는 소득격차 문제가 더욱 악화돼 중국정부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게 비관론자들의 견해다. 이들은 특히 (개발도상국인 중국기준으로는) 지난 4년간 지속된 연평균 7%대의 높지 않은 경제성장으로 인해 이런 문제들이 겉으로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통계가 과장되거나 정확하지 않다는 일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지난 2001년 중국정부의 세입이 1997년에 비해 90% 증가했다는 정부발표를 한번 보자.어느 나라에서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정부세입 감소율은 성장률 하락폭 이상이 되는 게 보통이다. 지난 몇년간 중국정부의 세입은 양호했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이 실제보다 높게 조작됐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WTO 가입에 따른 시장개방 확대로 중국에서 대규모 실업사태는 과연 불가피할까. 물론 그동안 시장보호막에 싸여 있던 은행같은 일부 산업에서는 일자리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비관론자들의 예상대로 될 것 같지는 않다. 향후 관세인하율이 지난 10년동안에 비해 작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WTO에 정식 가입한 작년말 중국정부는 평균 관세율을 역대 최고였던 지난 82년의 4분의 1 수준으로 낮춰 놓았다. 비관세장벽도 비슷하게 줄였다. 따라서 WTO 가입 후 관세율이 대폭 낮아질 여지가 없다. 지난 4년간 중국 국영산업에서는 일자리가 3천4백만개 줄었다. 국영업계 전체 일자리의 3분 1에 달하는 대규모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국유기업들이 민영화됐다. 그동안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낭비적인 재고축적 관행은 사라지고,경제효율과는 전혀 관계없이 일자리를 늘리는 일도 많이 줄었다. 이 덕에 과거 20년간 줄기만 하던 국영기업의 수익이 지난 3년동안 늘어나기 시작했다. 때문에 일자리가 앞으로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적다. 중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해외시장의 개방확대와 중국내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만일 세계시장이 급증하는 중국제품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하면,중국은 악화되는 실업사태를 방치하기보다 외국제품의 수입을 억제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일만 없다면 중국경제는 앞으로 비관론자들이 우려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밝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치열한 경쟁 대가를 상당부분 치렀기 때문에 추가로 지불해야 할 희생은 많지 않다. 한창 싹을 틔우고 있는 민간기업들은 앞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창출,국영기업에서 내보내는 인력을 충분히 흡수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실업사태와 그로 인한 정치위기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정리=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 ◇이 글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최근 실린 니컬러스 라르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칼럼 'China will keep on growing'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