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메모리업체들을 대상으로 독점금지법 위반 조사에 나섬에 따라 D램 업체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고정거래로 PC업체에 공급하는 D램 가격을 담합했는지가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로 D램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기가 어려워지고 마이크론과 하이닉스반도체가 매각협상을 재개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배경=미국 법무부가 조사에 나선 것은 D램업체들이 가격담합을 하고 있다고 PC업체들이 주장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PC업체인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사장은 지난 4월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증권사 주최 컨퍼런스에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생산업체들의 담합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5월 중순에는 대만 언론이 한국업체 간부들이 대만 D램업체들을 방문해 가격 지지를 위한 전략을 협의했다고 보도해 한국업체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영업 담당자들간에 일상적인 시장조사 및 분석활동이 있기는 하지만 D램 가격을 논의한 사실은 없다고 강력부인했다. ◆조사 절차=전문가들은 미국 법무부가 나선 이상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정도의 증거수집을 끝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담합에 대해 피해자가 입은 손해액의 3배 혹은 가해자가 얻은 이익의 3배까지 벌금을 매긴다. 지난 99년에는 제약회사 로슈가 국제카르텔혐의로 5억달러가량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법원의 최종판결까지는 2∼3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사실을 시인하고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담합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는 연방경찰(FBI)에 도청을 의뢰하는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며 담합사실을 먼저 자백하는 업체에 벌금액을 감면하면서 자백을 유도한다. ◆파장과 향후 전망=일단 D램업체들은 PC업체와의 가격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설 전망이다. 1백28메가 기준 개당 3달러 미만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D램 고정거래가격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3·4분기이후 반도체가격 반등을 예상했으나 반등시기가 더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 매각협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조사의 윤곽이 잡힐 때까지는 마이크론이 섣불리 나서지 않아 당분간 소강상태에 있으리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결국 시장경쟁이 격화돼 통합협상이 가속화되리라는 시각도 있다. 업체들은 시장에서 경쟁이 워낙 치열해 담합이 이뤄질 여지가 없다며 결국 무혐의처분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최근의 가격급락이 이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