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 90년대 이후는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양적으로 팽창하던 시기였다. 이 무렵 많은 프랜차이즈 사업가들이 앞다퉈 일본이나 미국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국내에 도입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 어느새 뉴 비즈니스를 꿈꾸는 사업가들은 더 이상 해외 유망사업을 소개한 단행본을 뒤적이지 않아도 됐다. 벤치마킹을 위해 외국을 둘러보기는 했지만 전적으로 해외 유망사업에 무임승차하려는 의존적인 사고는 하지 않게 됐다. 과거 우리는 늘 외국의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견주며 우리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재야했다. 또 외국 서적을 뒤적이면서 한국에 들여올 사업이 없는지를 궁리하곤 했다. 이제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우리의 수준이 세계의 수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국내는 물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동남아 시장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활발하게 프랜차이즈 모델을 수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한마디로 장사의 구조를 판매하는 사업이다. 돈이 벌리는 장사의 모양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필요한 상품과 기계, 설비를 공급하고 운영 노하우까지 제공해 주는 사업이다. 산업의 헤게모니가 생산에서 유통, 유통 중에서도 소매유통으로 넘어간지 오래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도매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시점에서 소매 유통 네트워크는 생산을 좌우하는 막강한 힘을 갖게될 전망이다. 하나의 점포가 해외에 출점하면 그 안에는 자국에서 만든 설비와 기기가 들어가고, 자국에서 만든 원료가 지속적으로 공급되기도 한다. 이는 가장 확실한 수출 방법이다. 비단 프랜차이즈 업체뿐만 아니라 제조업체의 대리점들도 이런 방식의 수출에 적극 눈을 돌려야 될 때다. 미래의 산업에서 승자는 바로 최종 소비자를 만나는 소매 유통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기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영세한 업체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의 해외 수출 역군은 바로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교포들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적은 규모로 손쉽게 시작할 수 있어 마땅한 비즈니스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교포들에게 구세주와 같은 존재이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 네트워크를 잘 활용한다면 프랜차이즈 수출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고 교포들이 우리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코트라 등에서도 수출업체 명단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추가해서 보다 적극적인 알선 창구를 마련해 줘야 한다.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해서는 세제혜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미 포화상태다. 한정된 시장에서 유사 업종으로 싸우는 업체가 많다 보니 부실화를 자초하고 있다. 시장 범위를 해외로 넓히려면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뼈를 깎는 아픔을 이겨내고 거듭나야만 한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아직도 연구개발이나 점포 관리(슈퍼바이징)보다는 가맹점의 창업 지원 업무에 치우쳐 있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유통이익이나 로열티 같은 지속적인 이익 발생을 기대할 수가 없다. 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을 이룬 지금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도 좁은 국내 시장에서의 이전투구에서 벗어나 세계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한경창업자문위원 www.changupo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