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 반등 기운이 확산됐다. 일단 '아래쪽은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위쪽으로의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수급 상황의 변화가 이끄는 자율적 반등의 연장선상에서 환율의 발걸음이 옮겨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번주 환율( 6. 17∼ 6. 21)은 공급 우위 장세가 더 이상 힘을 발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깔고 1,240원대가 충분히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의 급락에 대해 강한 반발이 이뤄진다면 1,250원대까지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일본 외환당국의 강한 지지선 확보로 인해 당분간 124∼126엔의 박스권이 유력하다. 미국 달러화의 약세가 멈추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 엔 강세를 막으려는 일본 정부나 외환당국의 노력이 상충돼 달러/엔은 위아래로 제한될 여지가 많다. 달러/원 변동의 모멘텀 제공에 미약해진 셈. 조만간 휴가철의 도래를 맞아 거래가 점진적으로 줄면서 박스권을 형성하려는 '계절적' 변화도 예상된다. 반등 조정이 어느정도 시장을 충족시킨다면 전형적으로 박스권내 묶이는 썸머 시즌에 돌입하게 된다는 것. ◆ 반등 조정은 계속된다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6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25.06원, 고점은 1,244.63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25.20원, 고점인 1,236.80원에서 아래로는 하방경직성을 가진 반면 위로는 반등 조정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아래쪽으로 1,225∼1,228원을 저점으로 지목한 견해가 9명, 1,220원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관점도 4명으로 1,220원대에 대한 하방경직성은 확인됐다. 3명의 딜러가 1,230원을 저점으로 지목했다. 위쪽으로는 8명의 딜러가 1,245∼1,248원을 고점으로, 이어 5명의 딜러가 1,240∼1,242원을 반등의 한계로 예상, 1,240원대 진입을 무난하게 봤다. 소수의견으로 3명이 1,250원까지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주 환율은 반등 시도를 이은 끝에 1,230원대에 안착했다. 11일 하루를 제외하고 전날대비 상승했으며 한 주를 1,236.10원에 마감, 지난 5월 27일 1,237.5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가리켰다. 4월 중순이후 진행된 급락 장세에서 반등 조정이 본격화했던 셈. 앞선 주까지 환율 하락 추세를 주도하던 업체 네고물량 공급이 조금씩 약해졌다. 국책은행과 공기업을 동원한 정부의 환율 하락 방어 노력이 거듭돼 시중 물량을 많이 흡수했으며 역외매수세도 강했다. 달러/엔 환율도 일본 정부의 거듭된 개입으로 경계감이 짙게 형성돼 124엔대를 지지하는 가운데 이달 들어 처음 125엔대로 올라서기도 했다. ◆ 수급 상황의 변화 = 그동안 환율 급락에 미끄럼틀을 제공했던 업체 네고물량 공급이 뒤로 물러서고 있다. 정부의 강한 환율 하락 방어의지를 확인한 뒤 1,220원 밑으로의 진입이 쉽지 않게 되자 서둘러 팔 필요성이 없어졌다. 오히려 반등을 기대한 결제수요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네고 포인트가 올라가 1,240원을 넘으면 매도 타이밍을 찾아보려 하고 1,230원 밑에서는 결제수요가 나오고 있다"며 "이같은 수급상황은 자율적 반등을 이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외에서도 지난주 매수에 나서면서 이같은 수급상황의 변화에 가세했다. 1,220원에 대한 하방경직성이 확보되면서 1,230원 밑에서 '사야한다'는 심리가 강해졌다. 파는 쪽에서 반등을 고려, 매물을 감추고 있다. 그러나 확고한 수요우위의 상황이 정착되는 흐름은 아니다. 정유사 등 에너지 관련업체의 결제수요가 계절적 요인으로 많지 않고 공기업의 달러매수는 환율 하락을 제한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매수세였으며 향후에도 수급 상황을 크게 기울게 할만한 요인은 아닌 것으로 진단된다. 일단 물량부담은 대폭 해소됐다. 업체 매물은 중순을 맞아 말라가고 있는 상태며 월말에 본격적으로 접어들 때까지는 물량부담은 시장을 크게 압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한 시름 놓은 정부 = 환율 반등의 전개와 수급 상황의 변화로 정부나 한국은행(BOK) 개입 경계감은 점차 희석되는 분위기다. 적극적인 개입 레벨이었던 1,220원에서 차츰 떨어지고 있기 때문. 엔/원 환율도 지난주 한 때 970원대까지 내려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으나 달러/원의 반등이 본격화되면서 990원대까지 회복했다. 지난주 말 뉴욕에서 달러/엔 환율은 124.10엔대로 떨어져 125엔대 이상에서의 상승이 막히고 있는 모양새다. 뉴욕 증시의 약세 지속과 부정적인 미국 경제지표는 달러화가 계속 맥을 추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달러/엔 하락에도 불구, 지난주 말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의 달러/원 환율은 1,237.00/1,238.00원에 마감해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달러/엔 환율은 이같은 달러화 약세 흐름과 함께 일본 외환당국의 엔 강세 저지 노력이 상충돼 큰 등락은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달러/엔의 급격한 추락만 없다면 달러/원이나 엔/원의 하락은 제한될 여지는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나 BOK는 한 시름 놓을만한 여유를 가지게 됐다. 다만 재경부와 BOK의 물가, 통화 등에 대한 시각이 다소 간극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입장차가 시장의 향후 방향성을 놓고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환율이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겠다는 공통 분모는 가지고 있다. 재경부에서 환율 하락을 놓고 수출경쟁력과의 상관 관계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거듭한 데 이어 박승 한은 총재도 같은 발언을 통해 달러매수 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환율이 연초대비 7%가량 하락, 수출 경쟁력이 4% 정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총재는 수출경쟁력과 관련, 엔-원 비율을 10대1로 지목해 현실과는 다소 유리된 발언으로 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엔/원 환율이 100엔당 1,000원이 정책선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수출 회복세가 자리를 잡고 있음을 언급, 당장 환율을 끌어올리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 특히 박 총재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을 것"이라며 "환율이 오르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으며 달러매입으로 통화가 팽창하면 통화환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수출 경기를 감안, 환율을 끌어올리고 싶어하는 재경부의 입장과 통화정책 면에서 상충될만한 여지를 안고 있는 것.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재경부가 환율을 계속 받쳐 올린다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통첩한 것"이라며 "소비, 생산 등이 좋으나 투자회복세가 미진해 저금리를 유지하고 싶고 통화문제 때문에 쉽게 달러매수에 나서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환율하락으로 인한 환차손이나 수출경쟁력도 문제지만 기업들이 금리가 올라가도 부담이 된다"며 "과연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를 놓고 재경부와 한은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