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난기류에 휘말리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걱정스럽다. 지난주 IMF가 미국발(發) 세계 금융의 불안 가능성을 경고한데 이어,미국·유럽의 주가와 달러가치가 속락했고 속속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지표도 어두운 경기전망을 담고 있어 우리를 긴장시킨다. 증시와 달러가치를 보면 세계 경제가 9·11테러 당시의 어려운 상황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감을 줄 정도다. 뉴욕 S&P500과 런던 FTSE가 지난 주말 한때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한 것이나,유로화당 달러 가치가 17개월만의 최저치를 보인 것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미국 미시간대가 지난 14일 발표한 6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폭인 6.1포인트나 하락했고,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이 1분기의 절반정도인 2.9%에 그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니 미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배경으로 여러가지가 지적되지만 최근의 경기회복세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월가의 분석은 특히 주목된다. 9·11 이후 저금리를 바탕으로 소비심리가 빠르게 회복됐으나 가계부채는 늘고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지 못하자 경기회복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월드컵 열기 때문에 그같은 대외환경의 불안요인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투자가 받쳐주지 못하는,민간소비에 의한 경기회복은 미국뿐 아니라 우리도 비슷한 상황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내적 상황이 아직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할 지 모르지만 우리 경제는 실물부문뿐만 아니라 금융부문도 대외환경에 크게 민감한 구조인 만큼 세계경제의 '이중침체'와 국제금융시장이 동요할 가능성에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 16강에 진출한데 이어 8강을 넘보고 있으며,월드컵 대회도 아직까지는 매우 성공적으로 주최하고 있어 국가 브랜드와 한국상품의 이미지를 크게 높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성과를 경제적 성공으로 연결시키는 일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월드컵에서 얻어진 그같은 성과를 경제의 성장 원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미리미리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월드컵 열기를 경제발전으로 승화시키는 일이고 불안한 국제 경제 여건에 대처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