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경영이 국내에서도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삼성 LG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물론 은행 등 금융권까지 노사간의 신뢰관계 구축을 통한 업무능률 향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신뢰경영활동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LG그룹. 구본무 LG회장은 "조직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계열사 CEO들을 독려하고 있다. '일등 LG'의 추진력을 신뢰경영에서 찾는다는 것. 그룹 교육기관인 LG인화원이 그 중심역할을 맡고 있다. 조직문화 혁신활동 교육인 'LG Great Workplace Academy'를 자체 개발, 각 계열사에 훌륭한 일터 만들기 프로그램을 전파하고 계층별 주제별로 특화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LG인화원은 '신뢰(Trust)'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펀(Fun)'을 주제로 관련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4월 중순에는 LG전자 LG화학등 17개 계열사의 인재개발팀 직원들을 포천이 선정한 '올해 미국에서 일하기 가장 좋은 1백대 기업'들에 파견해 벤치마킹시키기도 했다. LG화학 울산공장은 '게릴라 이벤트'라는 이색 이벤트를 실시중이다. 시간과 장소 내용을 알리지 않은 채 실시하는 행사로 팀워크를 발휘해야 좋은 성적을 내게끔 했다. LG전자 디지털어플라이언스 창원사업장은 임직원과 배우자가 참석하는 교양 프로그램 '행복한 가정 만들기'를 운영해 인기다.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자는 의도다. LG투자증권은 사장의 'CEO 기프트(Gift)', 'CEO 카드', 'CEO 커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CEO 기프트'란 직원을 격려할 때 지급하는 상품권, 'CEO 카드'는 자격증 취득, 입사, 승진시 사장이 손수 보내는 축하카드, 'CEO 커피'는 사장이 불시에 사무실이나 지점을 방문, 야근직원들이나 조기출근 직원들에게 건네는 커피 한잔을 말한다. CEO가 작은 배려를 통해 신뢰경영의 핵심축인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한 예다. 삼성전자는 CEO와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기 위해 사내 온라인망을 이용하고 있다. 직원 누구라도 경영층에 익명으로 여러 이슈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답변해 주는 시스템이다. 다른 직원들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도 검색해 볼 수 있다. 펀 경영의 사례도 다양하다. 업무에 재미를 붙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직원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시키는 신뢰경영의 일환이다.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은 "일을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처럼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면 인재들이 외면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사내 전산망에 재미있는 글을 올리라고 주문하고 직접 댄스게임인 DDR를 하기도 한다. LG전자 구미공장은 임직원들에게 무작위로 e메일을 보내 '누구누구 과장 세번 웃기기' 등 '미션 임파서블'을 주고 있다. 담철곤 동양제과 대표는 "직원들이 회사에 오고 싶어 미치도록 만들자"고 늘상 '주장'한다. 1주일중 가장 일하기 싫은 날쯤인 수요일에 직원들이 요란한 복장으로 멋을 내고 출근하도록 시킬 정도다. 게임업체인 (주)넥슨은 사내에 오락실용 격투게임을 마련해 놓고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이용토록 했다. 스트레스를 풀어 일의 능률을 올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나은행은 '안해도 될 일 안하기 ' '야근 줄이기' 등으로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에 나섰다. (주)태평양은 회의실에 몰디브 타히티 피지 등 유명 휴양지 이름을 붙여 놓고 딱딱한 회의 분위기를 밝게 하고 있다. 회의시간이 오면 '타히티에서 봅시다' 등으로 직원들을 모은다. 발상전환을 통해 분위기를 바꾸니 회의가 부드러워지고 아이디어도 잘 나온다고 직원들은 전한다. 영국계 기업 한국지사인 한국 스파이렉스사코는 직원들의 동호회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직원들은 동호회에 가입만 하면 1인당 20만원의 보조비를 받는다. 펀만 있는게 아니라 직원들의 성장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차장급 이상 직원들은 1년에 56시간의 사내 MBA 과정을 수료해야 하며 부장급 이상은 해외연수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매주 수요일 아침에는 직원들이 주제를 정해 놓고 동료들 앞에서 짧은 강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관응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 소장은 "재미있는 직장,눈만 뜨면 달려가고 싶은 회사, 일할 맛이 샘솟는 일터 만들기에는 거창한 경영이론이 절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회사는 직원들을 인격체로 존중해 주고 직원은 회사를 믿는 신뢰경영이 확립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