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호전과 구조조정 시장의 과열 양상 속에 법정관리 기업의 매각 시기를 늦추면서 몸값을 올리려는 시도가 속출하고 있다. 매각대상 기업을 비싸게 팔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유보하는가 하면 실적이 좋은 업체들은 아예 매각을 기피하는 양상이다. 14일 관련업계와 채권단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이트로닉스(옛 해태전자)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한달 가까이 승인해주지 않고 있다. 회사측과 채권단은 약 9백억원에 매입 의사를 밝힌 애즈워즈홀딩스라는 구조조정 회사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법원측은 인수 가격이 낮고 자본금 출자액이 적다는 점을 들어 승인을 미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신공영 건설부문도 당초 코암CNC라는 회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최종 제안 때 현금 유입액이 줄자 채권단이 재입찰을 주장해 매각작업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관할 법원과 채권단은 일단 회사 가치를 재평가한 후 우선협상자와 협상을 재개할지, 재입찰을 할 것인지를 논의중이다. (주)한보의 경우 지난 1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평화제철이 계약금 납입일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측이 이를 거절, 재입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회사측이 매각에 소극적이어서 매각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대한통운은 지난해말 매각주간사를 선정한 이후 매각작업이 거의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회사측은 과거 모회사였던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공사 지급보증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는 "지급보증 처리와 매각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데도 매각이 늦어지는 것은 회사측과 노조, 일부 채권단이 굳이 서둘러 팔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부실기업 매각 지연으로 약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실 기업의 조속한 정리라는 정부 방침과는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