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를 달구는데 크게 기여한 '비 더 레즈(Be the Reds)'란 구호가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응원단체인 붉은악마는 "비더레즈 티셔츠가 불법으로 대량 유통되면서 축구에 대한 사랑으로 뭉친 붉은 악마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판단해 월드컵 이후에는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붉은악마는 마케팅 대행사인 토피안이 출원중인 '비더레즈' 상표권에 대한 권리를 양도받아 사용을 금지시킬 계획이다. ◆ 어떻게 탄생했나 ='4천만이 붉은 악마가 되자'라는 의미를 담은 '비더레즈'는 지난해 6월 붉은악마의 마케팅 대행사인 토피안이 고안했다. 이 구호가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해말 SK텔레콤이 붉은악마와 손잡고 월드컵 응원 캠페인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비더레즈에 대한 상표권은 붉은악마 응원단 1기 멤버들이 만든 토피안의 이름으로 출원돼 있다. 출원 당시 붉은악마는 동호회 형태의 임의단체여서 상표권자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붉은악마측은 "상표권자를 토피안으로 하되 구호의 사용에 대해서는 자신들과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문서로 확인받았다"고 설명했다. ◆ 상업성 논란 =거상어패럴이라는 의류업체가 만든 비더레즈 티셔츠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상업성 시비가 일고 있다. 티셔츠는 백화점 할인점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품절사태가 빚어질 정도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공식적인 판매량은 30만∼40만장이지만 실제로는 수백만장이 팔려 나갔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축구팬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붉은악마가 티셔츠를 팔아 꽤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됐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붉은악마측은 "비더레즈는 붉은악마의 공식 티셔츠가 아니며 판매를 허용한 적도 없는데 토피안이 거상어패럴 인터넷한겨레 등과 일방적으로 계약을 맺은 뒤 대량 판매했다"고 강조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챈 붉은악마는 진상을 파악한 뒤 토피안측에 티셔츠 판매중단을 요청했고 거상어패럴은 지난달 27일 이후 제품 생산을 중단해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불법으로 유통되는 티셔츠를 비롯해 모자와 수건까지 등장하는 등 비더레즈 브랜드의 인기는 식을줄 모르고 있다. ◆ 붉은악마 입장 =비더레즈 티셔츠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붉은악마 미디어팀장 신동민씨(30)는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있고 빨간색 옷만 입으면 누구나 붉은악마이기 때문에 비더레즈 티셔츠를 구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잘라말한다. 이에 따라 붉은악마는 토피안측의 사과를 받아냈으며 상표권 출원자를 토피안에서 붉은악마로 바꾸기로 합의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짓기로 했다. 붉은악마는 "비더레즈를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표권을 등록한 후에는 사용하지 않고 묻어두기로 결정했다"며 "더 이상 붉은악마와 비더레즈를 연계시키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또 "비더레즈라는 구호를 공익 캠페인용으로만 사용키로 한 SK텔레콤이 약속을 어기고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일을 그만두고 축구발전에 도움되는 일을 찾아주길 바란다"는 입장도 밝혔다. ◆ 브랜드 사장될까 =비더레즈는 '레즈 이코노미'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될 만큼 국민들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어 잘만 이용하면 일류 스포츠용품 브랜드로 클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도 잇따르고 있다. 키를 쥐고 있는 붉은악마는 상업적인 이용에 대해 극히 부정적이어서 비더레즈는 현재로선 월드컵 이후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붉은악마측은 "현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는 비더레즈라는 구호를 쓰지 않을 계획이지만 공익적인 용도로 투명하게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중"이라고 밝히고 있어 브랜드화에 대한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