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은 반전운동과 함께 민권운동 여권운동이 일어나면서 용광로처럼 펄펄 끓어 올랐다. 스탠퍼드와 UCLA 등 서부지역의 대학에서 촉발된 이런 운동들은 요원의 불길처럼 미국의 전대학으로 번져 나갔다. 온갖 주장과 사상들이 상아탑을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대립했는데 이 논쟁의 와중에는 항상 교수들이 서 있었다. 그들의 자유로운 생각들은 토론회나 세미나 등에서 여과없이 개진됐고 매스컴의 조명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교수들의 주장이 진보든 보수든 학생들이 그들의 주장을 문제삼아 인격을 비하하는 따위의 시위는 없었다. 며칠전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보수우파 지식인으로 꼽히는 송복 연세대교수가 퇴직하면서 고별강연을 가졌다. 이 고별장에서 몇몇 학생들이 '꼴통''닭짓'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자기 사상과 다르다면 비록 교수라 해도 얼마든지 비판할 수는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비판은 사상의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야지 인신공격성의 일방적인 매도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더욱이 표현의 자유를 맘껏 누려야 하는 대학에서 교수의 주의·주장이 훼방과 간섭을 받는다면 이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수의 학생들이 그들의 시위를 철없는 짓이라고 지탄하고 있다니 대학사회의 건전성을 보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스럽긴 하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대중과 지식인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송 교수 역시 신문의 기고와 저서를 통해 우리 사회의 두꺼운 보수층을 대변하며,전통문화와 유교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보수주의 관점에서 현실을 일관되게 비판해왔다. 어느 사회든 현실인식의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특히 대학은 그 속성상 논쟁과 비평이 무성하고 의견이 대립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학생들은 교수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 군사부(君師父)일체라는 말이 전(前)시대적인 사고로 들릴지 모르지만,오늘의 학생들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線)'은 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