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부처 관료들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 중 하나가 "올해는 선거가 있는 해 아니냐"는 것이다.


좀 이상하다 싶으면 꼭 이런 말이 붙는다.


지난 6일 버스 택시 등 운수업계에 유류세 인상분의 절반을 2006년까지 보조해주겠다는 방안을 발표할 때도 그랬고,신용협동조합 출자금을 예금보호 대상에서 제외시키려던 당초 방침을 올해는 추진하지 않을 거란 얘기를 할 때도 '선거' 얘기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관료들의 세계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관찰자로서 나름의 고충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기자가 처음 경제 부처를 출입하기 시작한 김대중 정부 초반의 분위기를 떠올리면 "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많다.


당시 경제 관료들은 입만 열면 '개혁'을 부르짖었고 다소 무리한 방안들도 개혁의 이름아래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운수업계에 대한 보조금 지급방안 같은 것들이 단적인 예다.


2000년 8월 정부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에너지 절약 및 국제수지 개선을 꾀한다는 명분아래 유류세를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고 운수업계에 대한 보조금은 매년 20%씩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세제개편을 통해 자연스럽게 운수업계의 구조조정을 이끈다는 복안이었다.


즉각 운수업계의 반발이 뒤따랐지만 정부는 개혁이란 깃발 아래 강행했다.


그 깃발이 바로 며칠 전 선거를 이유로 슬그머니 반쯤 내려졌다.


뿐만 아니다.


"의원들이 쓸데없이 신협 출자금까지 예금보호 대상으로 집어넣었다"며 법 개정을 외치던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관료들도 어느새 "정치시즌에 의원들이 통과시키겠냐"며 슬그머니 법 개정 계획을 접었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것만 적어도 이런 데 알게 모르게 거꾸로 되돌려진 개혁 정책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싶다.


전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 4월15일 재경부 장관 취임 일성으로 "현 정부의 남은 임기동안 개혁과 구조조정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부총리나 부하 경제관료들이 후세로부터 "언필칭 개혁을 강조했던 DJ정권 시절 경제 관료들이 선거철을 이유로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 안쓰러웠다"는 소리를 듣지 않길 바란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