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가운데 과학분야의 노벨상에 가장 근접해 있는 과학자""구조생물학 분야의 세계최고 권위자". 지난 70년대 구조생물학 분야를 개척한 김성호 미국 버클리대 교수(박사65)를 일컫는 표현들이다. 한국이 낳은 과학기술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김 박사가 한국경제신문후원으로 12일 열린 전경련.서울대 바이오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했다. 4일간의 짧은 한국체제로 눈코 뜰새없이 바쁜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 박사를 서울대 본부건물에서 만나봤다. "바이오기술(BT)은 새로운 발견이 곧바로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연구분야입니다.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틈새분야를 발굴해 서둘러 연구개발에 나서야 합니다" 김 박사는 "세계 바이오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되려면 미래를 내다보는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유전자지도 완성 후 BT에 대한 연구는 바로 상품으로 이어질 수있기 때문에 선진국이 미처 눈길을 돌리지 못한 유망한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구조유전체학에 몰두하고 있다. 유전자 구조를 분석해 유전자가 실제로 하는 일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휴먼게놈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유전자의 염기서열은 밝혀냈지만 정작 유전자가 하는 일은 여전히 풀지못한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그는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기 위해선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구조를 연구하면 유전자가 하는 일을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또 구조단백질체학 연구에도 온힘을 쏟고있다. 유전자처럼 단백질도 구조를 통해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아내기 위한 것이다. 단백질은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산물. 인간의 생명현상은 대부분 단백질을 통해 이뤄진다. 유전자는 단백질 제조법을 갖고 있다. 유전자에 새겨진 정보는 RNA를 거쳐 다양한 단백질를 생산해 낸다. 유전자가 인체에 유해한 단백질을 만들면 질병이 생기게 된다. 그는 최근 "단백질 우주"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단백질은 3차원 구조를 갖기 때문에 약 1천억개의 형태가 존재할 수 있다"며 "단백질을 하나하나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빅뱅이 일어난 직후 모든 물질은 비슷한 밀도를 갖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태양계와 은하계 등으로 이뤄진 우주가 탄생한 것처럼 단백질도 초기에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차츰 쓸모있는 구조만 남아 단백질 우주를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단백질 우주를 그리면 단백질에 대한 근본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돼 향후 단백질 응용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단백질 우주엔 은하계처럼 비슷한 단백질이 모여 있는 "패밀리"가 있다"며 "신약을 개발할 때는 패밀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은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작용하는 물질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한가지 단백질에 효과가 있는 신약을 개발할 경우 패밀리에 영향을 미쳐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례가 있다. 신약연구에서 패밀리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카이네스(KINASE)라는 단백질 패밀리를 연구하고 있다. 카이네스는 다양한 질병과 관련이 있는 단백질 패밀리. 현재 4백개 정도의 단백질이 속해 있으며 유방암과 백혈병을 비롯해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한국은 바이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크게 늘었고 우수한 인재가 많아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는 "현재 갖고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조직해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