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연령이 높아질수록 이미지도 함께 늙어가기 쉽다. 한 브랜드가 태어나 장수대열에 들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이미지와 가치를 만들어 전달해야 한다. 성숙기에 들어선 브랜드라면 어김없이 롱런이냐 도태냐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94년 9월 출시된 태평양 "라네즈"는 줄곧 선두자리를 지켜온 대표 브랜드다. 하지만 라네즈역시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노후화 극복이라는 도전에 부딪쳤다. 시장은 이미 성숙했고 고객층이 겹치는 수많은 경쟁 브랜드들이 쏟아져 나와있는 상황이었다. 2000년 7년차에 접어든 라네즈의 마케팅팀이 찾은 해결책이 체험 마케팅.라네즈팀은 소비 트렌드가 감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데 주목했다. 소비자들이 기능은 물론 감성적인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점을 착안한 것.고객들이 브랜드를 선택할때 감성적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체험 마케팅을 도입한 이유다. 브랜드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에 대해 좋은 체험을 하고 감성적으로 호감을 가질수록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조사에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라네즈팀은 번 슈미트 교수의 자문아래 소비자의 감각이나 체험을 브랜드 관리에 접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첫번째 과제는 치밀한 소비자 조사를 통한 주타겟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파악.이 결과를 바탕으로 감각적,정서적,이성적,신체적,관계적 체험이라는 다섯가지 유형모델이 만들어졌고 소비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라네즈를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들이 마련됐다. 고객들이 무료로 화장품을 써볼 수 있는 무료 체험 센터 "디 아모레"가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측은 "디 아모레"를 고객들이 브랜드와 자유롭게 만나는 장소로 만들었다. 또 발렌타인데이 이벤트등 정기적인 행사를 마련해 고객에게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홈페이지에서는 "미션 파서블 프로젝트"같은 체험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었다. 핑크색 립스틱 바르기등 매일매일 그날의 과제를 제시해 과제를 푼 응모자에게 선물을 주는 것.또 피부예보제를 통해 매일 날씨와 피부와의 연결고리를 찾아줌으로써 여성고객들이 날씨에 따라 피부를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라네즈를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와함께 슬로건도 새롭게 바꿨다. "에브리데이 뉴 페이스(매일매일 새롭게)"라는 산뜻한 슬로건은 여성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라네즈의 체험마케팅은 무난하지만 다소 오래됐다는 종전의 이미지가 신선하고 발랄한 쪽으로 바뀌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는게 안팎의 평가다. 회사측은 "체험마케팅은 성숙기 브랜드에서 나타나는 이미지 노후에 대한 대안이 된 것은 물론 실질적인 매출 상승에도 기여했다고 본다"며 "브랜드 구축에 있어서 감성적 브랜드 체험이 점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6년연속 1천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한 라네즈는 올해는 매출이 1천5백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