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회장 겸 현대상선 등기이사인 정몽헌씨가 현대상선에 개인 자격으로 1천억원의 지급보증을 선 것으로 밝혀졌다. 정회장이 보증을 선 것은 향후 현대상선 경영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사로 해석돼 정회장이 마침내 경영일선 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이 경우 그동안 독자경영을 해오던 옛 현대계열사들의 지배구조 재편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11일 현대상선과 채권단에 따르면 정회장은 이달초 채권단이 현대상선에 긴급 운영자금 1천억원을 신용 대출해주는 과정에서 개인 보증을 선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단기 자금수급이 꼬이면서 기항지 하역비와 수송관련 경비가 바닥나자 정회장의 보증을 전제로 운용자금을 빌려줬다. 사실상 "오너"격인 정회장의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에 탄력을 불어넣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급보증의미=이번 지급보증은 정회장에게 새로운 "승부수"의 성격을 띠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정회장이 회사 정상화를 책임지고 마무리짓겠다는 뜻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회장은 그동안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옛 현대 계열사들의 잇따른 부실이 국민경제에 부담을 줬다는 사실 때문에 경영일선 복귀에 많은 부담을 느껴온 것이 사실이다. 정회장은 현대상선의 대주주이자 등기이사지만 공식적으로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주주로서 입지를 세우기에는 채권단의 지원을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회장은 현대상선에 대한 보증을 통해 대외적으로는 "책임경영"에 대한 명분을 쌓고 내부적으로는 옛 현대 계열사들의 결속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상선이 자동차선단을 1조8천억원에 매각할 경우 보증에 대한 부담도 별로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재집결 가능성=정회장이 현대상선 정상화를 성공시키고 경영권을 장악하면 현대상사 현대택배 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역시 경우에 따라 영향권에 둘 수 있는 길이 트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현대증권은 장철순 현대상선 사장을 신임 등기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최근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이 호전되고 있는 것도 정회장에게 유리한 흐름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지난해 3천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올 1.4분기에는 3백7억원 규모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상사도 지난 1.4분기에 흑자전환을 이뤘으며 현대엘리베이터는 견조한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비상장기업인 현대택배 현대정보기술 현대오토넷 등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온 현대아산도 정부의 관광경비 보조조치 시행 등으로 대북사업이 갈수록 활기를 띠고 있어 순손실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