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드컵 축구대회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가 한껏 고조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기업의 16강 마케팅 열기는 점차 식어가고 있다. 현재 분위기라면 16강을 넘어 8강 마케팅까지 마련해야 할 판이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후원사가 아닌 대다수 업체들로서는 더이상 마케팅을 확대했다간 추후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월드컵 공식후원사가 아닌 비후원업체들은 최근 FIFA측이 월드컵을 광고 마케팅 등에 활용할 경우 제재할 것임을 강력 시사함에 따라 기존 16강 진출에 맞췄던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특히 일종의 '매복마케팅(Ambush Marketing)'으로 월드컵 마케팅을 해온 일부업체들은 16강은 물론 8강 진출까지 내다보고 '포스트 16강'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기도 했으나 최근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지난 10일 전국 1천여개 대리점에 공문을 내려 보내고 16강을 뜻하는 '16'이라는 숫자를 활용한 마케팅이나 '월드컵'이라는 용어를 이용한 경품이벤트 등을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LG전자 판촉팀 관계자는 "대리점들 사이에 월드컵 또는 16강 진출을 이용한 마케팅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여 주의를 내린 것"이라며 "16강 진출때 HD급 플라톤TV 구입고객에 대한 경품행사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16강 마케팅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다만 한국 국가대표팀 후원사라는 자격을 이용한 광고및 마케팅은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올림픽 공식파트너로 월드컵 마케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삼성전자는 16강 마케팅 또는 월드컵 마케팅을 준비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대신 오는 9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과 관련 공식후원사로서의 준비활동에 착수했다. 'Be the Reds' 공동캠페인으로 유명해진 SK텔레콤도 16강 마케팅과 관련된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FIFA나 공식후원사들의 입장을 감안해 광고 마케팅 활동에서도 용어에 오해가 없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며 자제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주요 대기업들이 월드컵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는데는 그동안 몇차례 경기를 거치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더 이상의 마케팅 활동으로 FIFA나 공식후원사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